[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8-10x080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5. 00:19

   숙희와 운진은 북유럽 여행을 계속하기로 하고, 챌리와 킴벌리는 귀국했다.
스칸디나비아 항공기 안에서 역시 북유럽 여행을 오는 한인 미국교포들과 만났다.
16명의 관광객을 여행사 직원 두명이 인솔한다고 했다. 그 일행에는 부부가 단 두 팀 그리고 다른 이들은 남편들은 일하고 여편네들만 섞였다.
그들은 거의 이웃 사람들 같았다.
운진은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 피곤한 척 자꾸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숙희의 다음 말에 눈이 번쩍 띄어졌다.
   "결혼 25주년 기념 여행예요."

   스톸홀름에서 여행객들은 대절 나온 버스에 타고 떠났다.
숙희가 탴시를 손짓해서 부르고 여행 계획서에 적인 호텔 이름을 보여주었다.
호텔에다 여장을 풀고 나서야 운진이 입을 떼었다. "25주년 기념이요?"
   "호호호! 그럼, 신혼이예요, 그래? 좀 그렇잖아."
   "하긴... 믿었을까요?"
   "전혀 의심한 사람 없었잖아. 기분 나뻐, 운진씬?"
   "난 숙희씨가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안 해서... 되려 놀랐죠."
   "그 사람들이 안 믿었을까?"
   "상관 있겠어요? 근데, 내 보기엔 좀... 한 남자하고 다른 여자가 수상하던데..."
   "어머! 운진씨도 눈치챘어?"
   "자기 부인만 없으면 그 여자한테 자꾸 말을 걸던데..."
   "세상에! 그래서 남자는 못 믿나 봐."
   "어휴. 왜 이런 데까지 와서 그러지?"
   "운진씨도 왓치해야겠는데?"
   "난 딴 남자들이 숙희씨한테 접근하는지 봐야겠는데요."
   "오호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나한테 누가 어떻게 할까 봐 질투한다는 거잖아."
   "우리 부부 맞아요?"
둘쨋날 밤에서 숙희가 운진을 리드했다. 
하긴 그녀가 초혼 그리고 첫날 밤이라고 말했지, 첫경험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수줍어하거나 주저하지않고 리드도 수응도 아주 익숙했다.
운진은 실로 성교 다운 성교를 하는 경험이었다. 
죽은 아내 영란은 좀 일찍 끝내는 편이었다.
반면 숙희는 체위도 골고루 돌아가며 취하고 소위 셐스를 길게 즐기는 기색이었다.
둘이 이번에는 상반신을 이불 밖으로 내놓고 누었다.
   "옛날에 내가 한 말 기억해, 운진씨?"
   "녜?"
   "운진씨가 여자 경험있다고 말했을 때, 내가 안 그랬나? 내가 깨끗하니까 내 장래 남자도 그러길 바랬는데 좀 섭섭하다구."
   "아하. 그랬었죠."
   "..."
   숙희가 새삼 이불로 어깨를 감싸며 운진을 향해 옆으로 누었다. "운진씨, 나는 운진씨를 받아들이고 좋아져서 말을 놓는데, 계속 나한테 존댓말 할 거야?"
   "어떻게 되겠죠."
   "나는 계속 말 놓는다?"
   "녜."
   "또, 봐라!"
   숙희가 운진의 가슴에서 손톱을 세웠다. "확 할킨다?"
   "숙희씨 편한대로 하세요. 난 나 편한대로 할 테니."
   "그게 부부들 사이에서 주로 하는 말인가 부지? 너 편한대로."
   "아무래도 인생의 반을 제각기 살다가 만났는데, 하루 아침에 쉽사리 되겠어요?"
   "난 되던데? 난 하잖아."
   "아무래도 숙희씨 마음이 먼저 열린..."
   "내가 더 사랑하니까?"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속으로 설마 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9-2x082  (0) 2024.08.26
pt.2 9-1x081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1) 2024.08.26
pt.2 8-9x079  (0) 2024.08.25
pt.2 8-8x078  (2) 2024.08.25
pt.2 8-7x077  (0) 202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