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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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6. 00:40

   이제 숙희는 인사 문제를 처리할 때 전처럼 정식대로만 하지않고 먹고 사는 문제로 놓고 처리한다고.
남편된 운진이란 사내가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으로만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 나름대로 대인 관계에서 지는 척 하면서 이기는 처세술이 있음을 알았다고...
   이 날도 숙희는 어떤 사원의 게으름을 놓고 파면시키느냐 어떠냐 하는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This is last chance. Three strikes, you're out! (이번에 마지막 기회요. 삼진이면, 당신 아웃!)" 
숙희가 회의석상을 먼저 일어나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 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는 쓰리 스트라잌이 먼젓번인데, 모른 척하고 한번 더 기회를 줬지."
   "나이스..."
   "어떡허냐, 그럼. 애들이 있다는데. 내 원래는 칼같이 잘랐을 텐데, 내 자기한테 배웠잖아. 너그럽게 좀 하라고... 너그러우려니 힘들다, 자기."
   "베리 나이스..."
   "내가 결혼을 잘 한건지 잘 못한건지 잘 모르겠어."
   "고마워요."
   "뭐가? 왜 자기가 나한테 고마워?"
   "부하 직원들을 너그럽게 대해줘서."
   "이러다 내 이미지 버리겠다. 그치?"
   "That's okay."
   "아이, 오늘은 뭘 해 먹을까?"
   "우리 나가서 먹을까요? 밥 하기 싫은데?"
   "이렇게 맨날 나가서 사 먹으면 돈은 언제 모으냐? 우리 은퇴 곧 해야 하는데."
   "숙희씨가 시간 당 얼마짜린데 집에서 밥을 해 먹소? 사 잡수셔."
   "그거 하고, 내 샐러리하고 같냐?"
그들의 대화는 이제 마치 정말 은혼식을 지낸 부부같다.
구태어 그들이 밝히지 않고 그들의 재혼식장에 와 본 이가 아닌데 숙희와 운진을 보고 이렇게 저렇게 낳고 키우는 자식들이냐고 물으면 챌리나 킴벌리가 서슴없이 대답한다.
   "They've been knowing for over 25 years. (그들은 알고 지내는지 25년이 넘어요.)"
맞는 말이다. 
스물 다섯살 짜리 딸이 그렇게 말하니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러면 킴벌리는 곁에서 헤헤헤 하고, 웃는다.

   겨울에는 하다 못해 약혼식이라도 하자고 나오는 챌리의 남자 친구네 집에서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저녁 초대를 해왔다. 
챌리가 전공도 살릴 겸 사회생활도 할겸 결혼에는 생각이 없다고 자꾸 버티니 몸이 단 남자 측에서 그렇게 제안하는 것이다. 
대학 졸업반인 킴벌리는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졸업과 동시에 어느 집에서 채가기로 되어 있다. 
아빠의 재혼식 때 댄스 파트너가 되었던 남학생 집에서 그렇게 찍은 것이다.
이제 운진은 멋진 양복에 말끔히 차리고 마치 비지네스맨처럼 티가 난다. 
숙희는 정장만 하고 살아온 여성 답게 무얼 입어도 테가 난다.
이제 운진은 프랑스식 레스토랑이건 이탤리언 레스토랑이건 아니면 정통 차이니스 레스토랑이건 주저않고 잘 찾아서 먹는다. 전처럼 뭘 먹을 지 몰라 우물쭈물하거나 엉뚱한 것을 시켜서 먹지도 못 하는 그런 실수를 안 한다.
숙희는 오랜 직장 생활을 해 왔지만 늘 혼자 먹어버릇했던 것을 씻어내느라 힘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딸 둘을 가진 엄마로서 어디 먹으러 나가면 일일히 물어봐 주고 잘 먹도록 챙겨주다 보니 남들과 어울리는 식사 자리에서 익숙하다.
   "빨리들 좀 나와라!"
   운진이 렠서스 차의 시동을 아까부터 걸어놓고 딸 둘을 기다린다. "엄마 배고프다 한다."
숙희가 차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 가는 집은 우리 결혼식 때 온 사람들이야."
행여 실수들 할까 봐 숙희가 미리 언질을 하는 것이다. 
   "뭐 하는 집안구석인데요?"
   "쩟! 가서 만나 보면 알게 돼. 잘 해."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네, 제기..."
   "사돈 될 지도 모르는데 얼굴 표정 좀 미리 고치지?"
   "사, 사돈은..."
   "아냐? 상대집안을 사돈이라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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