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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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6. 00:40

   탐이 우디를 회사에다가 정식으로 소개했다.
그래서 운진이 얻은 구역이 백인 세일즈맨들이 들어가기 꺼려하는 시내의 서부지역. 
그 중 술가게 주인이 한국인이면 무조건 그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이중언어 사용이 잇점으로 등장한 것이다.
운진은 일을 나갈 때마다 챌리가 쓰다 놔둔 중고차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길거리에 흑인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잘 난 차를 몰고 가서 세워놓았다가는 언제 어떤 놈이 해꼬지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숙희가 운진이 차려준 아침과 커피를 맛있게 해치우고 출근길에 나란히 나섰다.
남편이 조금 늦게 나가니 아내를 배웅하는 격이었다. "수고하쇼."
   "오늘 많이 팔어, 운진씨."
   그녀가 문 앞에서 뽀뽀를 했다. "오늘 디너는 애들하고 밖에서 하는 거 잊지 말고?"
   "오케이!"
운진도 이젠 숙희와 익숙해졌다.
숙희 그녀가 벤즈 차의 원격 조종 장치를 삑 하고 작동시켰다.
그녀의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녀는 세상에서 동생 공희 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외롭지 않다.
남편이 있고 딸 둘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의 부사장 방 책상에는 네 사람의 가족 사진이 놓여져 있다.
   그 날 거리에 나가서 가게들을 들르며 주문을 받던 운진은 형록을 만났다. 다 막아놓고 소위 뺑뺑이로 물건을 파는 그런 아주 소규모 술가게를 하고 있는 형록은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혼 재미가 깨가 쏟아지는 모양이우."
   "여기서 장사하는구나. 왜 하필 이런 델..."
   "뭐, 렌트 싸구 밥은 먹구 사니까."
   "애들은 잘 크냐?"
   "누구? 폴이? 흐흐흐!"
   "니 처, 둘째는?"
   "둘째는, 씨발! 둘째 낳은 때가 언젠데. 셋째가 오늘 낼 해."
운진은 폴 이름에 목이 멘다. "또 들를께. 수고해라!"
그는 그 가게를 허둥지둥 나왔다.
영아에게서 태어난 내 새끼 폴...
새삼 영아의 풍만한 몸과 아름다운 미소가 눈 앞에 선하다. 아서라! 
   그나저나 먹고 살 일도 힘든데 무슨 애들을 둘씩, 아니, 셋씩이나! 미친 자식!
운진은 한번은 다른 곳에 갔다가 영호를 만났다.
영호는 떼어 준 돈을 뭐에다 탕진하고, 남의 술가게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신혼 재미는 좋수?"
   영호가 담배 연기를 위로 훅 뿜었다. "신수가 아주 훤하시구랴!"
   "장가는 안 가나?"
   "장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씨발!"
   "자네도 그럭저럭 마흔이 훌쩍 넘었는데..."
   "씨발! 요모양 요꼴로 사는데 여자가 오겠수?" 
말하는 영호가 풀이 많이 죽었다. 입만 여전히 살아서 나불거릴 뿐.
운진은 이 집은 아버지란 사람이 그깟 가게 하나로 자식들 농사 다 망쳤다고 여겼다.
술가게를 하되 사람을 써서 감독을 잘 할 것이지 죄다 자식들을 내보내고 청춘을 죽여놓았으니 이제 나이들은 먹고 배운 것은 딸리고... 
그 나이에 남의 집 일이나 하고...
   '아마 저들은 내가 저희들 것을 몽땅 빼앗았다고 하겠지. 독 이트 독 월드에서...'
운진은 숙희가 들려준 말을 늘 되뇌이고 다닌다.
   '내가 지금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어요. 남 보다 일찍 출근해서 인사 문제를 미리미리 점검하고 남들 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남들이 놓치는 것들을 다 챙기고. 그리고 나는 정직 그 한가지로 밀어부쳤어요. 절대 남들하고 쓸데없이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그 여인은 내 주위의 사람들을 쓸데없이 만날까 봐 제거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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