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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와 쑤에 의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너무 가깝지않게 양가만 모여서 조촐한 약혼식을 갖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What do you think? (어떻게 생각하시요?)" 개리 시니어가 우디에게 물었다.
우디는 쑤를 가리켰다. "She's the boss. (그녀가 대장이요.)"
우디는 쑤와 재혼하고는 무조건 그녀의 결정에 따른다. 전에 영란과는 독단적으로 밀어 부쳤었는데.
   "Good choice! (좋은 선택!"
   개리 시니어가 우디에게 윙크까지 했다. "I have no problem with that. (나는 그렇게 하는 것에 아무 문제 없소.)"
여자 대장 둘이 당연한 것을 남자들이 새삼스럽게 군다는 미소를 주고 받았다.
시기는 주니어의 대학원 과정이 끝나고, 마침 챌리가 해외 출장 가는 때를 택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핑게김에 약혼 여행을 겸해서 떠나라고.  
주니어는 폴리티컬 사이언스의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그것은 챌리가 택했던 인터네쇼널 릴레이션슆과 상응하는 분야이다.
약혼 여행에 대해 우디가 약간 불만이다.
약혼식만 하고도 부부처럼 여행을 하고 게다가 동침을 하게 될 텐데... 
나이 쉰살 될 때까지 독신을 지켜온 쑤가 서슴없이 그런 제안을 하니 우디는 말은 못 하고 속으로 꿍꿍거렸다. 그랬다가 둘이 헤어지게라도 된다면 여자만 몸을 버리는데...
   전에 형록이가 술을 주면서 챌리에게 처녀냐고 농담을 던지니 '당연하죠!'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들던 챌리인데...

   "남녀가 같이 어울리면 잠부터 자나 부지, 운진씨 세상에서는?"
   운진의 걱정을 들은 숙희가 그렇게 쏘아부쳤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대?"
   "요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생각을 고쳐, 자기. 다 그렇지는 않으니까."
   "내 딸이라고 과신은 못 하니까."
   "아니. 난 알어. 챌리하고 킴벌리는 여기서 태어난 요즘 애들이지만 사고방식이 굉장히 보수적이야. 내가 구태어 강조 안 해도 지네들이 알어."
   "뭐에 대해서?"
   "날 보고 배웠대. 남자를 기다리며 자신을 지키는."
   "..."
   운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무슨 말뜻인지 알았다. "아아. 숙희씨가 독신이었어서?"
숙희가 그 말에는 대답을 않고, 집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골목에서 차를 멈추었다.
   "물론... 나 결혼할 챈스는 많았어. 상대는 말할 필요 없지만 이름만 대도 알 만한..."
그 때 누구의 셀폰인지 부르르르 하고 진동음을 내었다.
   "지금 자기는 애들이 잘 있을까, 그거 걱정하지?"
   "이 시간까지 밖에서 놀게 내버려둬도 괜찮나..."
   "자!" 
숙희가 옆 콘솔 위에 놓은 셀폰을 집어 들었다.
운진은 그녀의 셀폰을 받아서 들여다봤다.
   mom we headed home now 엄마 우리 집으로 가는 중
   문자 메세지가 약자로 들어와 있었다.
그 레스토랑에서 킴벌리의 남자 친구네도 먹으러 왔다가 서로 마주 쳤다.
그래서 젊은 넷은 앉아있기 거북한 장소를 빠져 나가서는 저들끼리 놀만한 곳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이미 저들끼리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숙희가 집 앞 드라이브웨이에 세워져 있는 은색 승용차를 손가락질 했다.
   "봐! 벌써 와 있잖아. 문 열쇠가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고들 있네."
   "아아..." 
운진은 잠시 그런 쪽으로만 상상하고 걱정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 맘 짚어서 남의 맘을 안다고 했던가.
죽은 아내 영란의 무질서하고 무분별했던 성적으로 방종한 행각에 질린 그로서는 여자가 밖에만 나가면 몸을 함부로 굴린다고 여기는 그런 잠재의식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것이다.
숙희가 렠서스 차를 세우니 킴벌리와 챌리 그리고 남자들이 달려왔다.
   "What took you guys so long! (왜 오래 걸렸는데!)" 킴벌리가 소리쳤다.
챌리는 새엄마에게 와서 안겼다.
아빠의 눈에는 챌리의 그 제스처가 아첨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