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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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6. 00:41

   "써니의 주선으로 내가 챌리 킴벌리와 채팅을 시작했을 때, 나는 많은 걸 느꼈어, 자기. 물론 글자로 주고받는 채팅이지만 쟤네들의 마음이 전달되더라구."
   "..."
   "뭐랄까. 마음 속의 울분을 터뜨리지 못해 꾹꾹 눌러 참아야 하는 그런..."
쑤가 말하다 말고 갑자기 우후우!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킴벌리가 일등으로 레이싱을 끝낸 것이다.
스물 두 살의 킴벌리가 쑤에게 달려와서 하이 파이브를 하고 갔다.

   "굿 나잇!"
   "굿 나잇!"
남자 친구들이 딸들과 포옹과 가벼운 키쓰를 하고 집을 나섰다.
숙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을 배웅하는데, 운진은 자꾸 못마땅해 한다.
   '체! 암만 미국식이라 해도 부모가 보는 앞에서 키쓰들을 하구...' 
그런 못마땅함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하다.
챌리와 킴벌리가 들어와서는 새엄마와 가벼운 포옹으로 굿 나잇을 표하고는 각자의 방으로 사라졌다. 
아빠에게는 눈길만 주었을 뿐.
그래서 운진은 그것도 못마땅하다.
   딸들이 언제부터 새 엄마를 그리 잘 따랐다고...
침대에 누워서는 숙희가 먼저 운진에게 다가갔다.
   "자기 왜 그래? 뭐 화나는 일 있어?"
   "아니. 화나는 일은, 뭐."
   "오늘 내내 말이 없어서... 뭐, 걱정되는 거 있어?"
   "아니."
   "세일즈 다니는 게 힘들어?"
   "아니."
   "자기 건강 진단 좀 받아봐야겠다. 혹 어디가 안 좋은가."
그 대목에서 운진은 발끈할 뻔했다.
내 몸 내가 알아서 하는데 암만 아내가 되었다고 건강 진단을 받아보라는 둥 그녀 맘대로 결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 내 몸 내가 알아서 어련히 간수할까 봐...
숙희가 돋보기 안경을 집으려다가 말았다. 
   "에이, 그냥 자자."
   그녀는 자기 전에 꼭 몇 페이지라도 읽고 잔다. "오늘 와인이 좀 과했다..."
숙희 그녀가 똑바로 눕고는 눈을 감아 버린다.
운진은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옆으로 누웠다.
   만일 영란이 술 좀 들어가고 기분 좋은 날이면 이럴 때 대뜸 손을 남편의 팬티 속으로 넣는다. 
   '자기 피곤해? 그럼, 내가 그냥 해 줄까?' 하면서. 
그리고 어떨 때는 영란 그녀가 정말로 남편을 오럴로 해 주었다. 
그런데 숙희는 무드가 무르익고 마음이 내켜야 접근한다.
   이런 날 남편이 좀 다운된 기분이면 섹스를 유도해서 기분 엎 좀 시켜주면 안 될까?
운진이 슬쩍 돌아다 본 새아내 숙희는 금새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려 꼭 여민 채.
얇은 이불은 숙희의 몸에 착 달라 붙어서 몸매를 여실히 나타냈다.
운진 그는 군침을 삼켰다. 
   '참 나아! 마누라 옆에 두고 이게 뭐야!' 
잠든 줄 알았던 그녀의 그 큰 손이 그를 더듬었다. "자, 자기?"
   "잘 거요!"
   "나도 술이 은근히 받쳐주는 기분이라 하고 싶은데, 내일 어포인트먼트가 있어."
아!
운진은 상징적으로 제 머리를 쳤다. 그러니까 그랬구만!
   "내가 아이를 한번도 안 낳아봤지만 혹 누가 알어? 늦게라도 가능할 지?"
   "무슨..."
   "쉰둥이란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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