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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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6. 00:41

   차를 운전해야 하는 제이콥은 딱 한잔만 한다며 와인을 받았다.
쑤가 모두를 리셒숀 룸으로 불러서 와인을 주욱 돌린 것이다.
킴벌리의 남자 친구 제이콥이 챌리와 개리 주니어의 약혼 소식을 듣고는 반발했다.
   "What about us! (우리는 어떡하고!)" 
그가 셀폰을 찾아 들었다. 그가 제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즉석 전화통화에서 킴벌리의 졸업식이 있을 5월의 둘째 주말이 제이콥과의 약혼으로 잡혔다.
챌리는 약혼만 하고 사회생활을 좀 더 한 후에 결혼한다고 양보 아닌 양보를 했다.
어차피 제이콥은 여기서 박사 학위를 받고는 영국으로 또 유학을 간다는 것이다.
우디는 그런 것들이 불만이다.
어서어서 짝을 찾아 결혼들을 하고 얼른얼른 자녀를 낳고 해야 말년이 편할 텐데 공부를 더 하겠다 직장 생활을 더 하겠다 고집 피우는 챌리와 더 공부한다는 킴벌리의 남자 친구가 못마땅하다.
챌리가 쑤에게서 와인을 더 얻었다.
   "고모가 만일 내가 베비를 낳으면 키워준다 했는데에, 인젠 엄마가 있으니까아, 나 베비 생기고 개리도 더 공부해야 하문."
   "주니어도 공부 한대? 그래! 엄마가 당연히 키워주지?"
   "정말?"
   "그럼?"
   "와아! 엄마 진짜 쿨이다아!"
   "인제 알았니?"
   "아빠는?"
챌리의 그 말에 아빠란 이는 대놓고 난 반대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새 엄마가 일축했다. "괜찮아."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이제 이 집에서 아빠는 허수아비가 되었다.
모든 권한과 결정권이 엄마에게 넘어갔고, 딸들은 그것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인다.

   다 큰 것들이 새삼 어려서 놀았던 비데오 게임에 열광하고.
쑤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담고 그들을 구경한다. 와인을 기울이며.
   "내가 뒤늦게 영란씨의 행복을 차지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네?"
   쑤가 우디의 손을 찾아 잡았다. "아니면 영란씨가 이 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을 테니까?"
   '그랬을까?' 
영란이 아직 살아있어서 이 싯점까지 왔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똑같은 장면을 보고 있을까?'
딸 둘이 정말 괜찮은 집안의 아들들을 만나서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하고, 지금처럼 대형 텔레비젼 앞에 모여 서서 마리오 레이싱 게임을 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까?
우디는 쑤의 아주 자연스러운 포즈를 보았다.
가죽 의자에 깊숙히 앉아서 긴 다리를 포개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 글래스를 기울이는 그녀를... 
약간 구부러진 상체 때문에 집에서 입는 블라우스가 들쳐져서 가슴 일부가 보일락말락 하는 자극적인 포즈의 그녀를...
우디는 자신이 아직 꿈을 꾸고 있는 중이라고 여긴다. 
꿈이 아니고서는 연봉이 근 이십만불 가까이 되는 쑤와 나란히 앉아서 와인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 큰 딸들이 남자 친구들과 나란히 서서 그 다 큰 엉덩이들을 흔들며 게임을 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틈 타서 캐리비안 크루스 여행을 계획해 놓았을까...
그 때 챌리는 약혼식을 마치고 개리 주니어와 유럽으로 갈 것이고, 킴벌리는 제이콥과 함께 엄마 아빠의 크루스 여행에 참여할 것이다. 
물론 제이콥의 부모도 다른 자녀와 함께 만나기로 되어있다.
   '아냐! 내가 꿈을 꿔도 아주 미친 꿈을 꾸고 있지! 그렇지만 깨어나고 싶지는 않은 꿈.'
우디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
   "그 뜻은?" 쑤가 와인 글래스로 우디의 팔을 건드렸다.
   "상상이 잘 안 되어서..."
   "내가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는 알지?"
   "아마 전혀 다른...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 거요..."
전혀 다른 세상. 
입만 열면 아이들과 언성을 높히고 문이 쾅쾅 닫히는 그런 소음의 세상.
   과연 이 여인은 어떤 다른 세상에서 날 만나서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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