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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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3. 10:45

   창원은 동료 선수와 한바탕 연습을 하고 난 뒤 체육관 걸상에 앉아 땀을 딲았다.
같은 학년 같은 반의 동료가 창원을 툭 쳤다. "너 요즘 무슨 고민거리 있냐?"
   "숙희 친구 정애라고 있는데."
   "그 쪼끄만 애?"
   "걔가 아무래도 겐세이 놓을 것 같은데?"
   "글쎄, 니네 둘을 졸졸 따라 다니는 게 눈에 거슬리더라."
   "먼젓번에 나 승단시험에 못 붙은 거... 숙희가 제 삼자가 보기에도 같잖고 우스우니까 김 교관하고 붙었는데, 난, 그냥, 내가 날 승단시험에서 탈락 시킨 것만 갖고 감정싸움으로 밀어 부쳤는데."
   "그거 아직 결말 안 났냐?"
   "물론 숙희가 김 교관하고 붙은 건 맞어. 그치만, 그 정애란 기집애가 지 친구이니까 우리 편만 들어줬어도 김 교관은 판정패 당하는 건데..."
   "걔가 방해하는 거 맞구나."
   "그치!"
   "무시해라. 어디 니 여자 친구애랑 비교나 되냐?"
   "근데, 고게 자꾸 숙희 어머니를 들먹인다."
   "엄하시냐?"
   "딸 하나 데리고 서울 올라오셔서 공부 시키시는데, 단속 안 하시겠냐?"
   "걔가 너한테 딴 맘?..."
   "흐흐! 그래서 그러는 거라면 일찌감치 냉수 먹으라고 타일러야지."
   "조심해라."
   "뭘?"
   "그런 여자애 조심하라구. 넌 영화도 안 보냐?"
   "내가 그런 거 추럭으로 온다고 눈 하나 깜짝 하냐?"
   "넌 김연실전도 안 읽어봤냐?"
   그 친구가 일어서며 창원을 툭 건드렸다. "조심해라."
창원은 체육관으로 들어오는 문을 쳐다봤다.
김 중위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창원과 친구는 반댓편쪽 문으로 갔다.
   워째 연습들 더 안 하고 걍 가냐 하고 김 중위가 말했는데.
창원은 그 문을 나가서 힘껏 발로 찼다.
쾅!
육중한 나무 문이 복도를 울렸다.

   창원이 수업 후 숙희네 층으로 부지런히 가는데.
같은 운동 클럽의 한 학생이 불러 세웠다. "너 보면 말 한다는 게..."
   "왜?"
   "먼저 우리 야유회 무산되어서 다들 돌아가던 날 말야."
   "왜. 화들 나서 술 먹고 싸웠냐?"
   "그게 아니라. 니 여자친구가 청계천 책방들 있는 데서 교련선생과 조교랑 얘기하고 있더라?"
   "뭐?"
   "여자애들이 니 여자 친구를 데려 갔는데... 보기에 그냥 말하는 것 같지 않았던데?"
   "뭐?"
   창원은 이리저리 둘러봤다. "이 새끼가!"
   "잘 알아보고 화 내라. 싸우고 정든단 말 있잖냐."
   "뭐?"
   "우리가 보기엔 김 중위가 원사이드 짝짜꿍인 것 같지만,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있냐?"
   "뭐?"
창원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잖아도 정애기집애가 겐세이 놓는 판국에...
그 학생이 가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상대는 장교다라고.
   무슨 말이야 저게
창원은 은근한 충격을 맛보았다. 난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학생이고 김 중위는 이미 갖췄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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