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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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3. 10:46

   "이성 장군이랍니다, 장군님."
한순갑은 돌아와서 보고했다.
병장 운전병놈이 요정의 식모와 찝 안에서 히히덕거렸다는 말은 빼고.
   "그... 왕손이라고 잘난 체 하는 그자가..." 정 장군은 김이 샜다.
   "또 한 대는 운전병이 없어서 못 알아봤습니다, 장군님."
   "그냥 가자. 수고했다."
한편, 요정 안에서는 별 둘짜리와 계급 없는 군복이 술상을 벌이고 있었다.
별 둘이 무계급에게 술을 권했다. 
   "심 중사가 청와대에 연줄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구먼?"
   "그냥, 작은아버지십니다, 장군."
   "작은아버지시라면, 직계지, 직계."
   "근데, 그 냥반이 하도 청렴결백을 주장하셔서리..."
   "암! 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지."
   "맑아도 보통 맑으셔야죠, 장군."
그 말은 웬만한 선물로는 눈도 깜짝 않는다는 암시. "웬만한 청탁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우리 집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이 있는데."
   "칼 말입니까?"
   "그건 값도 없지."
   "와하..." 심중사가 관심있다.
   "그걸 거실에다 척... 걸어 놓으면, 왜놈 야쿠자들도 설설 길 걸?"
   "와하..."
심 중사는 상상으로 이미 대검을 셋방 벽에 걸어 놓는다. 작은아버지는, 씨발놈!
   나야말로 그런 거 있으면 뇌물로 바쳐서라도 중사 좀 면하자!
   제기! 중사로 벌써 몇년 째냐.
승진이나 한자리를 원하는 별 두개짜리는 아무나 청와대에 연줄이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찾아다니고. 월급은 쥐꼬리 만한데 보안대라 해서 어디다 손도 못 내미는 중사는 사기의 시나리오를 열심히 짠다.
   "어이구! 쫌 있으면 통금 해제로 눈에 띄이겠습니다, 장군!"
   "응! 이것만 비우고 일어나세!"
별 둘짜리와 계급없는 중사는 위스키 잔을 챙 하고 부딪쳤다.

   이 날도 창원이 숙희를 집 앞까지 바래다 주는데, 정애가 따라 붙었다.
창원은 평소 한 골목 전에서 잘 들어가라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그는 숙희가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야 돌아선다. 
그런데 이 날은 어찌 하다보니 문 앞 거의 다 오게 되었다.
송 여사가 양푼을 들고 나오는데, 숙희는 창원을 전봇대 뒤로 밀어보냈다. 잘 가, 선배 하고.
정애가 아주 반가히 어머니 하고 소리쳤다. 그녀는 일부러 그랬다.
   "오, 정애구나. 우리 숙희는?"
창원은 전봇대에 최대한 몸을 숨겼다.
숙희는 짐작으로 전봇대를 못 보게 가렸다가 여겼다. "엄마."
정애가 요리조리 봤다. "야, 왜 숨겨어."
   "모얼?" 송 여사도 이리저리 살펴봤다.
숙희는 두어 걸음 걸어와서 정애를 툭 때렸다. 나쁜 기집애 하며.
   "왜 때려어!" 정애가 더 크게 말하며 전봇대를 가리켰다.
   "왜들 그려. 어여 들어와. 시장허겄다."
   송 여사는 이내 돌아섰다. "도시락부터 내놓고."
숙희는 정애를 들어오지 말라고 떠다 밀었다.
정애가 숙희의 손길을 피하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숙희는 슬쩍 돌아다 봤다.
창원은 전봇대 뒤에 없었다.
   재빨리 피했네 하고 숙희는 속으로 웃었다. 
정애가 곧 나왔다. "갔어?"
   "너 자꾸 까불면 친구 안 한다?" 숙희는 정애에게 주먹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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