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선배 학생들의 원망을 들으며 그래도 열심히 등교했다.
창원은 여기 불려 가고 저리 불려 가서 사과하고 해명하느라 쩔쩔 맸다.
자연히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
정애가 그 틈을 타고 끼어 들었다.
정애가 창원에게는 숙희를 잘 달래보겠다 하고, 숙희에게는 이번 기회에 윤 선배를 풀어줘서 일단 모면하게 하라고 종용하고 다녔다.
대학대항 태권도대회에서 창원이 제외되었다.
김흥섭이 고의로 탈락시킨 것이었다.
학교측에서는 어떻게 항의나 건의도 못 했다.
"괜찮아."
창원은 되려 숙희를 위로했다.
숙희는 미안해서 죽고 싶었다. "나 이제 선배 못 보겠어요."
"아냐. 그런 맘 갖지 마. 진실은 언제고 승리한다."
"다른 선배들이 저를 미워하는데. 학교도..."
"괜찮아. 그럴수록 우리는 용감해야 해. 안 그러면, 쟤네들이 더 재밌어 한다?"
"그러다 선배 학점 모자라서 졸업 못하면..."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학교에다 진정해야지."
"군인인데, 학교에 왜 이리 힘이 쎄요?"
"군부가 다 장악하고 있으니까."
"그럼, 군인은 군인이..."
숙희는 죽기보다 싫은 한 소령님 얼굴을 천상 봐야 하나 보다고 낙심했다.
그 학교는 태권도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해 보지도 못 하고 참패했다.
아예 몰패였다.
지난 해 준우승에 그쳤던 모 대학은 윤창원이가 빠진 것을 알고는 아예 우승을 외쳤다고.
선수들은 학교로 돌아와서 김 중위와 조교에게 통닭굴리기와 토끼뜀뛰기로 완전 흙투발이 되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교관과 조교에게 수고했다는 치하를 했다.
"오늘 코 삐뚜러지게 내가 산다!"
창원이 울분에 젖어 울먹였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숙희는 창원에 의해 강제로 참석해서는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맸다.
"그렇지만, 우리 둘은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여러분, 이해해 주십시요!"
창원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서 건배를 외쳤다. "일년만 버티면 됩니다."
명동의 그 술집은 거의 학생들로 가득 찼는데.
하필 윤창원이가 빠져서 우승한 대학의 선수들이 와 있었다.
연애하느라 시합에도 안 나왔다는 말이 맞구만 하는 말이 날아왔다.
윤창원이 그 팀의 주장에게 술병과 잔을 들고 갔다.
"우리 학교의 교관과 조교님께 감사하십시요. 다 그 분들 때문에 우승하셨으니까요."
여학생에 미쳐서 연습도 밥 먹듯이 빼먹는대매
"그걸 그 교관님하고 조교님이 무지하게 질투하시더라구요."
뭐야아
"하하하! 제 애인에게 교관님이 얻어 맞고 쭉 뻗으시더니 그걸 앙심 먹고 이러는 거 아닙니까."
뭐야아
"젠장! 그러고도 교관이라고 교련에다가 태권도 사범이라고 선수들 연습을 시켜. 이제 신입생인 여학생에게 걷어 채여갖고 망신 당한 주제에."
그게 사실이야
"제 애인이 태권도 3단입니다."
4단에 3단 도합 7단
"소용있수? 안 붙여주는데."
어쨌거나 우린 학교에서 축하금을 줘서 마시는데
"우린 제가 삽니다. 다시 한번 우승을 축하합니다."
일년 더 안 남았나 내년에는 졸업 기념으로 한 번 붙자고
숙희는 상대 대학의 주장이란 자의 말놀림을 이를 악 물고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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