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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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3. 10:45

   어느 날 부터인가 학교에 검은안경 쓴 이가 아예 상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자는 아무 학생이건 불심검문식으로 붙잡아 세우고 뒤졌다.
창원과 숙희가 방과 후 나란히 걸어가는데, 그자가 불러 세웠다.
그자 옆에는 김 중위가 싱글싱글 웃으며 서 있었다.
창원의 몸수색에 이어 가방이 땅바닥에 홀랑 뒤집어졌다.
숙희는 그자가 발로 슥슥 뒤지는 대로 주워 담았다.
   "너 몇 살이냐?" 안경 쓴 자가 묻고는 김 중위를 돌아다 봤다.
   "열아홉 신입생인데 몸매가 왔다요, 에!"
   "열아홉인데 이렇게 커? 시집 가도 되겠다."
   검은 안경의 사내가 숙희에게 턱짓을 했다. "네 가방도 열어라."
그런데 숙희의 책가방 말고 따로 어깨에 멘 가방을 김흥섭이가 빼앗았다.
창원이가 발끈하는 것을 숙희가 가로 막았다.
그 가방 속에는 빈 도시락과 신주머니에 든 운동화가 들었을 뿐이었다.
안경 쓴 이가 김 중위에게서 숙희의 가방을 달래서는 주었다. "음.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
   "쬐껜 한 것들이 공부는 않고 연애질이요, 에."
   "그래. 열심히들 공부하고, 졸업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들이 되어라."
창원이가 숙희의 가방들을 제 어깨에 메었다. "가자!"
   "참!"
   숙희가 김 중위에게 인사를 했다. "먼저는 죄송했습니다, 교관님."
안경 쓴 이는 이미 다른 학생들을 보고. 김 중위가 어 하고 당황해 했다.
   "그만 하면, 저 내년 시합에 나갈 정도, 아닌가요?" 숙희가 미소를 지었다.
안경 쓴 이가 창원과 숙희에게 가라고 손짓했다. 
   "뭔 사연이 있구만."
   안경의 사내가 김 중위더러도 저리 가라는 손짓을 했다. "학생들 데리고 무슨 수작떠나?"

창원은 숙희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
   보기 보다 용감한데...
창원은 발을 떼면서 문을 돌아다 봤다. 속에 불 같은 성질을 감추고 사나 봐.
   남자였으면 한 인물 충분히 하겠다...
창원을 가로 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밤인데도 쉽게 식별되는 작은 체구의 여자.
   "어, 선배!" 정애였다.
   "어?"
   "여긴 웬일이세요?"
   "어..." 창원은 그냥 가려 했다.
   "숙희, 바래다 주고 가세요?"
   "어... 그걸 꼭 말해야 할 필요가..."
   "숙희, 쟤, 선배랑 이러는 거 쟤네 엄마 아시면 혼나는데."
   "아실... 필요는 아직 없지."
   "왜 늦게 다니느냐 물으시면, 숙희는 거짓말 못 하는 애니까, 말할 걸요?"
   "충고 고마워. 담부턴 일찍 다니지, 뭐."
창원은 일부러 정애를 멀리 피해서 지나갔다.
   "선배!"
   "정애 학생도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지? 이 동네도 아니면서."
   "선배! 같이 가요." 
   정애가 뛰어서 창원을 바짝 추격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줘요."
창원은 그래도 정애와 멀리 떨어져서 가려 했다.
그런데 정애가 자꾸 가까이 하는 것이었다.
   "숙희, 쟤 어머니가 나더러 우리 숙희 밖에서 누구 만나고 다니니 하고 물으셨다구요."
   "말 해. 핑게 김에 인사 드리러 가게."
   "그러면, 숙희, 학교 못 다닐 걸요?"
   "왜? 날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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