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갑은 송 마담이 딸과 서울로 이사했다는 것을 가을에야 알았다.
그렇다면 서울에 대학교들을 뒤져야 찾아진단 말.
그리고 한 소령은 정 장군이 별 둘을 달고 환향 즉 수도권으로 다시 오려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약삭 빠르게도 찝 하나를 직접 몰고 정 장군을 만나러 전방 사단으로 찾아 갔다.
"장군님 돌아오시면 제가 모실 겁니다, 장군님!"
"오! 그래도 우리 한 소령이 의리의 사나이야."
"참! 사모님과 결별하신 거... 참으로 유감입니다."
"음... 고맙네."
"어떻게... 마음 정리되셨으면, 이 참에 아주 아리따운..."
"떽기! 이 나이에 주책이란 소리 들으려고?'
장군이 껄껄껄 웃고는 몸을 앞으로 했다. "어디... 참한 과부라도 봐 놨나?"
"장군님 명령이시라면, 제가 팔 걷고 나서 봐야죠?"
"..."
정 장군의 눈빛이 갑자기 흐려졌다.
한순갑은 대번에 알아차렸다. 또 송 마담을 그리워 하는군? 자식!
그런데 한순갑도 송 마담을 못 찾는다.
송 마담을 다시 찾으면, 내가 널 주냐? 이번엔 내가 차지하고 말지?
그나저나 숙희년이 어느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만 알면 당장인데.
정 장군은 청와대에다 어마어마한 선물을 올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육본에 돌아가서 첩보대 중흥의 임무를 맡았다. 미군 엔에스에이(NSA)의 지나친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군의 첩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각하의 지시라며.
각하께서는 이미 핵을 언급하셨소
우리도 그거 하나 가질 수 있겠느냐고 아주 궁금해 하셨소
그거 하나면 이북의 빨갱이 새끼들 한 방에 작살낼 수 있을 거라시며 등등.
별들은 밤이슬을 맞아가며 머리를 맞대고 의논에 의논을 거듭했다.
밖은 통금으로 쥐새끼 한마리 안 다녀도 육본 모 회의실은 차광막 안이 환했다.
우리도 미군애들처럼 특수부대를 창설해야
북에서는 수시로 내려보내고 올라가는데 우리는 보내는 족족 무소식이야
교육 부족이요 등등.
군대는, 특히 전방은 빽도 없고 그런 애들이 주로 가는데.
이제는 인텔리 애들을 보내야 해
사회 교육을 받아서 분별력이 있는 애들이 전방을 지켜야 안 홀리지
그런데 소위 단 놈들도 넘어가는 판국이니 그것도 틀린 말 같소 등등.
그 시각쯤 한순갑은 불들도 꺼지고 깜깜한 서대문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새로 두 시.
정 장군이 술 한잔 하자 해서 같이 타고 어디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런데.
그 날 따라 한순갑이 알아놓은 요정의 문이 굳게 닫혔다.
돌담 따라 후미진 곳에 윌리찝 두 대가 숨 죽이고 숨어 있다.
"누가 벌써 와 있는데요, 장군님?"
"가서 보고 와. 누군가."
"넵!"
한순갑은 모자에 새로 달린 중령 계급이 더 잘 보이도록 장갑으로 털기도 했다.
그는 가래침을 일부러 더 크게 뱉으며 그 찝들로 다가갔다.
찝 하나에서 사내의 히히 소리와 계집의 호호 소리가 들려왔다.
한순갑은 설마 하고 그 찝의 플래스팈 유리를 두드렸다. "안에 뭐야!"
소리가 뚝 그쳤다.
"문 연다?" 한순갑은 핸들을 무자비하게 비틀었다.
쇠틀에 튼튼하게 엮인 천막지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병장 모자가 나타났다. 엇 씨발 하며.
한순갑은 운전병을 보고 누구의 찝인지 단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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