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반의 상급생들은 괜찮은데, 동급생들은 숙희와 대련 연습하는 것을 꺼렸다.
물론 서로 가드를 완비하고 대련하지만 특히 숙희의 발차기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게다가 그녀는 남학생에게 조금 비겁한 공격을 받으면 상대 대련 학생을 사정없이 차서 자빠뜨렸다.
그러면 그 학생은 울면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항의했지만 상대가 여학생인지라 김 중위도 상급 선수들도 그 학생을 또는 선수들을 나무랐다.
태권도 본관에서 직접 나와 심사하는 승단 시험이 있었다.
김 중위는 숙희의 3단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연습에 연습을 해 온 실력을 발휘하려고 목청이 터져 나가라 구령을 붙였다.
본관에서 나온 심사관들은 태도가 몹시 거만했다. 입술을 삐쭉이거나 고개를 젓기도 했다. 게다가 대련 테스트에서는 임의로 등급에 관계없이 볼펜으로 너 너 하고 지적했다.
"에이, 이 학교는 이래서 어디 시합에 나가겠나."
시험관이 볼펜을 아예 집어 던졌다. "국비만 낭비하는 것들."
"여기 이 태권도반도 학교 재정에서 대지?" 등등 보통 싸가지들이 아니었다.
김 중위는 참다 나섰다. 원래는 명단에 미처 못 올렸는데, 한 선수가 빠졌다고.
"뭐 나오면 달라져?"
"시간 없어. 빨리빨리!"
"녜, 녜!" 김 중위는 떨어진 볼펜도 주워 올리며 아양을 떨었다.
그리고 그는 숙희더러 빨리 도복으로 갈아 입으라고 제촉했다.
"네? 전, 이번에, 빼신다더니."
"얼른 얼른, 이 사람아!"
김흥섭이 말투도 바꿔 가며 숙희를 탈의실로 쓰는 화장실로 몰았다.
숙희, 즉 여자 선수가 홀 중앙에 나오자 심판관들이 놀라 서로를 봤다.
김 중위가 숙희의 공식 3단증을 두 손으로 공손히 제시했다.
검은띠 3단.
이거 정무관 꺼 아냐.
여잔데? 등등 수근거림이 끊이질 않았다.
숙희는 심사관 한명이 대뜸 제시한 파괴형 동작을 체육관이 떠나가라고 구령을 붙이며 구사했다.
아무도 빈정대거나 고개를 젓는 일이 안 벌어졌다.
대련 시범 차례에서 숙희가 엉뚱한 짓을 했다.
심사관 중에서 도복을 입었으며 보통 거만하지 않은 남자를 지목한 것이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숙희의 도전적인 언사에 김 중위가 달려 나왔다. "숙희 학생! 그러면 안 돼!"
그런데.
그 심사관이 픽 웃으며 홀 중앙으로 나왔다. "승단시험인 만큼 봐 주는 것 없다?'
"넵!"
숙희는 인사를 꾸벅하고 기마 자세를 척 취했다.
그자가 빙글빙글 웃으며 숙희의 폼을 훑어보더니 마치 중국배우처럼 어디 올테면 오라는 똥품을 잡았다.
숙희는 걲어차기 즉 다리를 구십도로 꺾어서 내밀더니 어떻게 그 자리에서 삼백육십도 공중회전을 하고 다른 다리로 그 심사관의 뒷통수를 내리찍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심사관은 안 넘어지려고 앞으로 마구 달려갔다.
숙희는 그것을 또 한번의 공중회전으로 그의 머리를 찼다.
그 심사관이 마룻바닥이 배를 깔고 미끄러졌다.
숙희는 얼른 달려가서 그를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와아아아!
"일점!"
다른 심사관이 소리쳤다.
심사관이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만지고 바로 섰다.
숙희는 그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돌았다. 그에게서 왼쪽 헛점이 보인 것이다.
그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같았다.
그러나 숙희는 그가 넘어지면 왼쪽 무릎을 찧었으리라 여겼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도는 척 하다가 왼쪽으로 회전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3//3-9x029 (2) | 2024.10.04 |
---|---|
pt.23//3-8x028 (0) | 2024.10.04 |
pt.23//3-6x026 (1) | 2024.10.04 |
pt.23//3-5x025 (7) | 2024.10.03 |
pt.23//3-4x024 (1) | 202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