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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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10. 4. 10:11

   4단증에 붓글씨로 송숙희라고 멋지게 휘갈겨졌다.
체육관은 바늘 떨어지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숙희에게 봉변을 당한 심사관이 그 증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숙희는 다른 학생들 틈에 끼어 마루에 정좌하고 있다.
그 심사관이 든 증은 한 장이었다.
그가 헛기침을 했다. "에... 단기 사천 삼백 사년 블라블라... 송숙희. 4단!"
와아아아아!
마루가 발진동으로 마구 떨기 시작했다.
   "다른 나머지 선수들은 다음 기회에..."
그 심사관의 자신없어 해 하는 말은 함성에 파묻혔다.
김 중위가 숙희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따. 겁나부러."
숙희에게 봉변 당한 심사관도 숙희에게 악수를 청했다.
숙희는 그 심사관에게 구십도로 절했다.
   그러나 송 여사는 딸의 승단 시험 통과가 반갑지 않다. 누구 때문에 시작해야 했던 태권도인가.
게다가 딸은 흑띠를 딸 때까지 여자 몸 온 데에 부상을 입곤 했다.
숙희는 단증을 책상 설합 안에 깊숙히 넣었다.
   "심사관들이 불공평하게 하니까, 교관님이 날 내보내신 거야, 엄마."
   "그래도 조신해야 할 숙녀가 다리를 쭉쭉 올리고 하는 건 보기 싫다, 얘."
   "아이고오! 엄마두, 차암."
숙희가 웬일로 얼굴이 빨개졌다.

학교 태권도반에 가입신청자가 북새통을 이루었다.
여학생들도 있다는 말에 숙희는 하하하 웃었다.
김 중위도 웬일로 밝게 웃었다. "숙희 학생이 맡아부러."
   "제가요?'
   "아암! 충분하지이!"
   "그런데, 전 어머니의 승락을 받아야 해요."
   "엄니가 왜, 반대하시남?"
   "연습... 하는 날 집에 늦게 들어가면 그 사유를 말씀드려야 하거든요."
   "잉. 근디?"
   "저번에 승단 통과한 것도 못마땅해 하셔요."
   "잉... 그렇구만, 잉."
   "말씀은 드려 보겠는데요. 자신은 못 해요."
   "잉..."
김 중위는 그만 둔 조교 녀석이 숙희 학생네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다른 남학생과 싸운 것을 안다. 물론 그 남학생은 현재 군대에 가고 없다. 조교도 귀대하고 없다.
그러나 감히 송 학생 모친을 직접 만나서 설명하겠다는 모략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태권도 사범을 허락해 주십사 하는 목적과 얼굴을 미리 익혀 두려는 속셈이.
김 중위는 아쉽지만 학생이라고 섣불리 대할 상대가 아님에 물러서기로 마음 먹었다. 
   "참 좋은 기횐데, 섭섭하구만, 잉."
   "죄송합니다."
   "그래도 연습은 게을리 하지 말라고, 잉?"
   "네!"
숙희는 김 중위의 달라진 태도에 약간 혼동이 왔지만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버지는 무슨 계급이셨을까... 
   혹 김 중위님한테 물어보면 알아봐 줄 수 있을래나.
그러다가 숙희는 혼자 놀랬다. 아 참! 나는 엄마 성을 따랐어.
   왜지?
   흔히 아버지 없는 애들이 엄마 성을 따르는데. 나는 아버지가 동란 중에 전사했다며.
   근데 나 태어나기 전에...
숙희는 깜짝 놀랬다. 
   내가 몇년 생인데 아버지가 동란 중에 전사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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