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개리 시니어 앞에 또 불려 나갔다.
[생각 좀 해 봤소?]
[여기서 못 물러나요.]
[당신이 아무리 똑똑하고 철저해도 현재 당신은 스스로 매인 몸이요. 진정한 포수는 품 안으로 날아든 새를 잡지 않는다고 하지. 당신의 자수는 잔꾀이며 위원회에서 심사가 끝나는 대로 당신은 다시 돌려보내지오. 우리가 수사해서 당신의 혐의가 다 파헤쳐지면 정식으로 기소 당하도록 하겠소. 그 때는 햇빛을 못 보게 만들어 주겠소.]
[제프 드미트리의 항소 공판에 내가 다시 필요할 텐데요?]
[드미트리는 이미 로노크로 보내졌소.]
[로노크라면...]
[버지니아 주 연방 교도소.]
[그의 형이 확정되었나요?]
[드미트리가 재판권을 포기했소. 아마 당신을 고립시키기 위해서인가 보지.]
[누가 나를 위협해서 움직이게 하려고 내 남편을 피습 당하도록 사주 시킨 것에 대해서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죠?]
[그것은 당신의 위장자수하고 현재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소. 당신이 진술했듯이 당신은 합병이 끝난 뒤에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에 당신의 돈에 대한 조사는 끝났소.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월레스가 프론티어 뱅크를 합병할 때, 증발한 어떤 돈의 행방이요. 당신의 남편도 그 돈에 대해서 아나?]
[그것은 알트와 나와 사이의 문제예요. 심지어 내 남편도 알 필요없는...]
[당신은 이번 남자를 아주 잘 만난 것 같소. 당신이 지금의 남자를 남편으로 삼았으면 계속 앞에 내세웠어야지.]
[당신은 혹시 누가 내 남편을 공격했는지 알고 있나요?]
[당신의 남편을 누가 공격했는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논할 가치가 없소. 그가 죽지않은 덕분에 당신은 보호를 받고 있지. 남편이 있는 여자를 섣불리 못 하니까. 더블 머더(murder)를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겠소?]
[내 남편은 죽다 살아났어요!]
[The problem is... 조만간 당신은 돈이냐 남편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일이 벌어질 거요. 그 때 당신의 운명이 판가름나겠지. 돈이냐, 남편이냐. 내 보기에 당신은 돈을 택하겠지.]
[나를 쉽게 판단하지 말아요! 왜 다들 나를 간단히 보지요?]
[돈을 택하시요. 그러면, 당신은 남편 잃고, 결국에는 그 돈도 잃을 테니까.]
[내 남편은 그 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알아도 상관 안 할 거예요!]
[당신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비가 온다는 말이지, 당신의 남편이 그 돈에 대해서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는 알 바 아니요. 그렇겠지... 남편을 바보처럼 취급해서 돈에 대해 모르게 했겠지.]
[알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럼, 그는 당신이 결국 그 돈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지 몰라도 상관 안 하겠군?]
숙희는 말문이 꽉 막혔다. 왓...
"Don't w'at me! (나한테 왓 하지 마!)"
개리가 그 말을 하며 사뭇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집어서 그녀에게 던지려 했다. [You, Jeff and Art. 너희들은 남부 사투리도 아닌 그런 말투를 어디서 배워서 남의 귀를 거스리나?]
숙희 자신도 언제 어떻게 그 '왓'이란 발음을 배워서 써먹고 남들에게 핀찬을 듣는지 모른다.
Your husband won't care even if... eventually, you're going to lose your life for that money. 당신의 남편은 당신이 결국 그 돈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지 몰라도 상관 안 하겠군.
숙희는 개리의 그 말이 귓전에서 맴 돌아 그가 더 추궁하는 질문에 답변을 못 했다.
숙희는 독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리 당분간 있다가 나가는 임시구치소라 해도 그녀가 처음 떠다 밀려서 들어온 이 후로 방 청소를 한번도 안 해준다. 집에서는 운진이 빨래까지 해 주는데.
숙희는 자신이 어지른 것들을 대강 주워 치웠다. 쓰레기라고 해봐야 그녀가 울면서 코를 푸는데 쓴 화장지 쪼가리들.
숙희는 벽에다가 등을 바짝 붙이고 스르르 주저앉았다.
개리 시니어의 말이 그녀의 귓전에 왱왱거린다.
당신은 돈과 남편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말.
개리의 이 말이 숙희의 머리 안에서 천둥처럼 메아리쳤다.
그녀는 습관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내가 평생 그것들한테 어떤 수모를 겪으며 살아왔는데! 그 돈이 어떤 돈들인데! 그 돈을 고작 방패막이로 결혼한 남자 때문에 잃어야 한단 말이야?'
숙희는 흠칫 하고 놀랬다. 그런 남자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상관 안 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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