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의 머릿속에서 외치기 시작하는 소리가 생겨났다.
'환상을 버리라!'
'환상에서 깨어나라!'
그 말은 김 선생의 음성 같기도 했고, 남편의 것이기도... 했다.
숙희는 다시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내가 합병 때 빼낸 돈 투 빌리언이 환상일까? 물론 그 돈은 눈에 보이는 현찰은 아니다. 그 돈은 상징적인 어카운트로 탈바꿈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
그리고 그 돈을 들키지 않게 계속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아담 갠지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아담이 원하는 대로 셐스를 했다. 셐스를 가졌던 장소들도 기억나고.
그런데도 환상일까?
'조만간 돈이냐 남편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가 올 것이요' 라는 개리의 말이 숙희를 괴롭혔다.
그런데 그 날이 바로 찾아왔다.
그녀는 개리 앞에 또 불려 나갔다.
[새로 간 곳은 어떻소?]
[내가 왜 형 집행도 안 받았는데 정식감옥에 가 있죠?]
[당신은 현행범이니까.]
[뭐라고요?]
[당신은 지금도 그 돈을 계속 돌리고 있소. 우리가 추적한 바에 의하면.]
[그 돈의 행방은 아무도 모르는데, 누가 돌린다는 거죠?]
숙희는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비웃었나 보다.
[지금은 그렇게 웃소. 이제 당신의 남편이 온 사방을 뒤지며 당신을 찾을 텐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면회는 커녕 소식도 못 들을 거요.]
[가족의 면회는 설사 살인범이라도 법으로 허용되고 있어요!]
[노!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내가 밝혀야 다들 알 텐데, 만일 내가 입을 다물면 심사가 다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르지. 그리고... 당신을 심사한 이들에 의하면, 당신은 아주 악질적인 금융 사깃꾼이라고 판정났소. 교만하고, 비겁하고 그리고 혼자 잘난 체 하는...]
[제프가 최종적 공판을 받지 않았을 텐데... 내가 안 필요한가 보죠?]
[드미트리는 이미 로노크로 보내졌다는데, 말을 되게 안 믿는군.]
숙희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도는 그 어떤 말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아마... 환상을 쫓고 있었나요? 심지어 내가 우디와 결혼한 것도 환상?]
개리의 눈가에 미소가 피었다. [당신의 남편에게 여기를 알려줘서 그가 찾아오게 하면, 나한테 어디까지 자백할 거요?]
[제프는... 저번 합병 때 말고도 그 전에 두어차례에 걸쳐서 주식 뒤집기를 했어요.]
[이제서야 실토하는군. 물론 당신이 정보를 주었겠지?]
[아니요.]
[그럼?]
[나의 회계사 아담 갠지스.]
[그렇군! 그렇다면 그 회계사란 놈이 돈도 세탁해 주었겠군?]
[그 두 사람은 그렇게 알고 있겠지만... 정작 돈은...]
[정작 돈은?]
[다른 데에 있어요.]
[그렇겠군. 제프와 통정을 하면서 혼을 쏙 빼 논 후에 빼돌렸겠군.]
[그의 몫은 나한테 준 선물이었죠.]
[애담과도 통정을 하면서 돈을 철저히 빼돌렸겠지? 지금도 계속 돌리고?]
[잘 아네요.]
[알았소. 이제 곧 챌리를 통해 당신의 남편에게 당신이 어디에 있는 것을 알려주고, 당신이 지금 한 말을 남편에게 해주겠소. 당신이 얼마나 부정하고 나쁜 여자인가를.]
[그는... 상관 안 해요.]
[그가 변호사를 선정해서 날 연락했는데도?]
숙희는 말문이 꽉 막혔다. "He did?..."
"He came straight to me. You know that? (그는 내게 직통으로 왔소. 그걸 아나?)"
그이가 여기로 연락을? 숙희는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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