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9x009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6. 02:29

   개리가 알트에게 전화를 넣었다.
   [쑤가 자수한 것을 내가 무효로 만들어서 돌려 보낸다. 너희들 뭐 하는 거냐! 쑤가 자수했는데(turned herself in) 그런 거 하나 알아서 못 하고.]
   [미안합니다, 썰! 그것이 어딜 갔나 했더니, 거기를 찾아가서 자수를 했군요.]
   알트가 전화에서도 개리에게 절절매었다. [그것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썰!]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란 자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 너희들 말에 의하면 그 둘은 사이가 안 좋다며? 사이가 안 좋은데 변호사를 대동하고 뒤지고 다니나?]
   [나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썰!]
   [내 조사에 의하면, 남편이란 자, 만만히 볼 게 아니던데. 너희들 실수하나 보다. 내 아들 주니어가 그의 딸과 사귀는데 직접 보고 느낀 바를 말하면서 보통(ordinary)이 아니라고 평한다. 내가 듣기로는, 그 남편이란 자, 뭐가 있다 한다.] 
   [그렇지 않은 걸로...]
   [일단은 쑤의 자수 내용을 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동안만 여기 있게 하고...]
   [그년이 무얼 불던가요?]
   [다 불기 전에 나한테 먼저 넘어와서 다행히 입은 막았다. 그것이 버티다가 막바지 보복으로 입을 여는 날, 너희들은 물론 나까지도 금융계에서 매장된다는 것... 절대 잊지 말라! 만일 너희들 실수로 그것 하나 처리 못하고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날, 너희들은 즉결로 재판받고 평생(라이프)일 줄 알라! I mean it(정말이다)!]
   [옛, 썰!]
   [그녀가 풀려나는 날, 가족들에게는 2시에서 4시 사이 디 씨에서 풀려날 거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정작 그녀는 버지니아 취조실에서 오전 시간에 내줄 테니... 와서 인수하고... 알아서 하라!] 
   [옛, 썰!]
   [실수하면, 너희들의 합병작업은 무효로 돌아간다.] 
개리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어차피 알트의 합병 진전도 개리가 결재해줘 왔기 때문에 지금의 대재벌로 커진 것. 앞으로의 합병전진을 개리가 부결하면 알트는 지금에서 멈춰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리미리 챙긴 불법자금들은 도로 게워내야 하고, 그 돈들이 노출되면 그들은 종신형으로 인생을 종친다.
   쑤를 풀어는 주는데... 남편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개리는 꾀를 내야 했다.

   알트는 심복들을 불러모았다.
   [쑤 그년이 자수했는데, 미스터 개리에 의해 돌려보내진다!]  
   [풀려 나온다는 날, 오전부터 가서 기다렸다가 감쪽같이 납치해라!]
   ['북'에서 오는 그들이 처리할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미리 없애라!]
   [가능하면 남편이란 물건도(husband thingy) 찾아서 같이 없애라! 둘의 모가지를 가져오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처치하라!]
알트는 완전히 실성한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며 악을 써댔다.
   '요것이, 흥! 자수를?'
   '내 돈을 해 먹고 그렇게 잔머리를 쓰면 무사할 줄 알았더냐!'
   '제프의 돈은 되돌려 주면서.' 
   '나더러 잘 보라 이거지?'
알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혈압약을 찾았다. 요즘 들어 부쩍 뒷목이 땡기고, 자면서 식은 땀이 많이 난다. '그래도 쑤 고것을 끌어안고 자면 꽤 따스했는데...'
알트는 새삼 쑤의 여자치고 듬직한 몸뚱아리가 그립다. '지금 꺼는 영 말라깽이라 재미없다. 겁만 많고. 쑤 그거는 대범했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그랬지...'
알트는 부하들에게 쑤를 처치하라고 노발대발 해놓고는 금방 후회했다. 
   '그래도 쑤 만한 것들이 없는데...'
   '그 나이 들어서도 그만한 몸매를 유지한다는 게 쉽나...'
   '왜 내 말을 안 듣고 자꾸 딴짓을 하느냐!'
그러나 거래위원회에서 입김이 가장 쎈 편인 개리가 지시하는데, 우물쭈물거리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앞으로 장기 계획 세워놓은 합병의 전진에 차질이 온다.
   '아깝지만 안 됐다, 쑤...'
알트는 하도 봐서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자극을 충분히 주곤 했던 테이프가 타버린 것도 아깝다.
지금도 눈 감고 가만히 떠올리면 치렁치렁한 흑발에 한웅큼 쥐어지던 ㅇㅁ가 새삼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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