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10x010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6. 02:34

   챌리가 귀가해서는 아빠와 가방을 보았다. 
   "Dad! What's that? (댇! 그거 뭔데?)"
   "엉. 그냥..." 운진은 바닥에 놓인 손가방을 발로 밀었다.
   "오늘... 주니어의 대디 만났는데."
   "어, 그래."
   "레스토랑에 갔어."
   "오, 그래?"
   "맘... 워리(worry) 하지 말라구."
   "응, 그래."
   운진은 챌리를 은근히 외면했다. "아빠가... 엄마 대신 미안하구나."
   "댇. 그 백... 뭔데?"
   챌리가 바닥의 가방을 가리켰다. "You packed? (짐 쌌어?)"
   "엉? 어엉..."
   "마미가... 주니어의 대디 말이... 댇 도움이 많이 필요할 거래."
   "그런 말을... 주니어의 대디가 왜 하지?"
   "주니어도 더는 모르는데. 주니어의 대디가 댇한테 말하래. 헬프 맘 하라고."
운진은 가렵지도 않은 머리를 긁었다. 대대로 집안 망신이군! "참! 밥은. 참! 레스토랑에 갔다고 했지."
챌리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킴벌리는... 아직 일하니?"
   "몰라. 전화 안 왔어?"
   "몰라. 아빠 집에... 쭈욱 있었는데?"
   "제이콥 만나나 부지."
   "오, 참! 그런가 보다."
   "댇 손에, 맘 셀폰 아냐?"
운진은 손에 쥐고있는 빨강색 셀폰을 펴보였다. "엉?"
   "맘 폰을 왜 댇이 가지고 있어?"
운진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마미가 아마 부정직한 거래를 하나 봐. 그래서 엄마가 누구하고 그러는지 아빠가 알고 싶어서.]
   [커플은 그래도 돼?]
   "If anything goes wrong with mom, that's my responsibility. (만일 엄마와 뭐가 잘못 되어 가면, 그건 내 책임이니까.)"
챌리가 아빠 곁에 바짝 앉았다. "댇..."
   "엉?" 운진은 되려 딸의 시선을 피했다.
   "댇은 쑤엄마 사랑 안 해?"
   "You must be tired. (너 피곤하겠다.)"
운진은 챌리를 거의 반강제로 올려보냈다. 
그는 딸 챌리가 물은 질문에 바로 대답을 못 했다. 쑤엄마를 사랑 안 하느냐고...
챌리는 Do you love mom 하고 묻지 않았다. 그녀는 You don't love her 하고 물었다.
운진 그도 그 점이 늘 의문이었다. 왜?
숙희란 여인과 결혼한 것이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이기 때문이다. 정 여인에게 사업을 빙자한 성관계로 고소 당하고 구속되었다가 얼떨결에 숙희의 도움으로 나와지고, 얼떨결에 결혼을 하지않았나... 싶다.
그는 앉아있는 리빙룸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암만 살아도 정이 안 붙는 집.
처음 샀을 때부터 싫었던 집.
애들이 독립할 때까지만 살기로 한 집.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댔다. 짜증나고 뭐가 귀찮을 때 그가 늘 하는 버릇.
그리고 그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여러번 했다.
   '그래! 일단 나오는 거 보고 헤어져도 늦진 않으니까.'
   '이 추운데 들어가 있는 사람을 놔두고 가버린다는 것이 잔인하겠지?'
운진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마치 환상같다. 즉 숙희를 다시 만나서 결혼을 했고, 이 덩그라니 쓸모없이 커다란 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이 마치 장난 같다. '그래! 언제 나오든 나오는 것 보고 헤어지지, 뭐!'
그는 발로 가방을 더 밀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2-2x012  (0) 2024.09.07
pt.3 2-1x011 어색한 재회  (1) 2024.09.07
pt.3 1-9x009  (6) 2024.09.06
pt.3 1-8x008  (4) 2024.09.06
pt.3 1-7x007  (0)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