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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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2. 05:33

   남편이 가져온 소위 꽁돈이란 것에 숙희가 연연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녀에게 돈이 없어서 그 수표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숙희가 새롭게 걱정하기 시작하는 것은 정애의 입이다.
숙희 그녀가 미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마치 누구에게 반항하듯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면, 그녀가 한국에 있었을 때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해서는 정애가 매우 잘 안다.
   '지금도 저 이에게 미국 생활에 대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인데, 이제 정애까지 합세하면 나는...'
숙희는 소파등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이제 이 이에게 내가 빠져가고 있는데.' 
   그리고 그녀의 falling in love는 계획에 없던 것인데.
저녁 장만은 운진이 챌리와 같이 했다.
음식치인 숙희는 프로즌 된 것을 데워 먹을 줄만 알지 뭣 하나 만들 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과 챌리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남편이 가까이 오면 이말저말 걸기만 했다.
   킴벌리가 점점 늘씬해져 가는 몸매에 샤워를 마악 마치고 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얇은 셔츠 안은 아마도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양 유두가 솟아났다.
   "헤이."
   숙희는 킴벌리에게 손짓했다. "아빠 있는데..."
키미가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제 앞을 내려다 보고는 부엌을 한바퀴 돌고 나왔다.
챌리가 동생의 뒷모습을 보고는 작게 한숨지었다. "Not fair."
   "뭐가?' 숙희가 말했다.
운진은 챌리와 이미 가버린 킴벌리가 있었던 방향을 번갈아 봤다.
   "키미는, 아빠 닮아서 키도 크고오, 글래머인데에... 난..."
   "대신 너는 키미보다 이쁘잖아." 운진이 말했다.
킴벌리가 응접실 소파에 가서 엎드리며 리못 콘추롤부터 찾았다. 자연 킴벌리의 쪽 뻗은 다리와 허벅지가 나오고 셔츠가 말려 올라가며 하얀 등이 나왔다.
챌리가 동생을 한번 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낫 페어!"
운진은 삶아진 스파게티를 건져내느라 몰랐고, 숙희가 혼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좋을 때다...'

   숙희는 운진더러 씻으라고 등을 떠다밀었다.
운진은 욕실로 밀려 들어가며 셀폰을 끄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행여 나 샤워하는 동안에 그 여자가 또 전화해 하면...'
그런데 숙희가 운진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자기, 내 핸드폰 히스토리 안 지웠지?"
   숙희가 걸려온 통화 놓친 통화 걸어본 통화 등등을 점검하며 물었다. "이거 며칠, 얼마나 소급돼?"
   "나두 모르지."
   "우리가 사우쓰 캐롤라이나 갔었을 때, 정말 아무도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네?"
   "정말이라니?"
   "자기 말대루네? 희한하게도?"
운진의 입 밖으로 다음 말이 나갈 뻔했다. '왜. 아무도 전화를 안 걸어와서 섭섭해?'
그는 아내 앞에서 옷을 벗었다.
숙희가 그의 겉옷들을 받아서는 무의식적으로 코에 가져다 댔다.
   "무슨 냄새 맡나?"
   "그냥. 호호!" 
숙희는 운진의 벗은 등을 가볍게 쳤다.
운진은 머리를 저어보였다. 
   당신이란 여자나 칠칠맞게 흔적을 남기고 다니지! 
운진이 팬티까지 벗으니, 숙희가 그것 마저도 받았다. "몸 구석구석 박박 씻어. 알았지? 내가 갈아입을 내의 갖다줄께."
숙희는 욕실을 나가면서 그녀의 빨강색 셀폰을 가지고 갈까 망설이다가 싱크 카운터탚에 놓았다. 
그녀가 나가고 운진이 샤워를 시작하도록 그 셀폰은 조용했다.
그는 씻으며 수표를 아내에게 준 실수를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김 여인에게 주며 말조심을 언질 놓았다면 더 큰 실수일 것 같았다.
   아냐... 
그래도 내가 그 여자에게 주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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