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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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2. 05:34

   운진과 숙희의 셀폰 두 개가 부엌 식탁에 나란히 놓였다.
충전기에 각각 연결된 채로.
그리고 두 사람은 윗층으로 올라갔다.
두 개의 셀폰 중 하나가 진동하며 스크린들에 불이 들어왔다.
진동은 이내 멎었고, 스크린도 이내 어두워졌다.
곧 이어 다른 것이 진동하고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두 셀폰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운진은 침대 맞은 편에 있는 텔레비젼 뉴스에 눈을 꽂고.
숙희는 그의 옆에서 책을 잡았다. "맨날 전쟁 보도나 하는 뉴스를 뭐 하러 봐?"
   "제 2의 월남전이 될 거라고 하는데도 참 고집부리는군."
   "그래도 지금 돈 버는 자들은 떼돈을 벌고 있잖아. 유엔에서 미국더러 석유를 못 건드리게 했지만 이라크 부두를 떠나는 유조선마다 돈을 메기는 기업."
   "부통령자식?"
   "말이 부통령이지. 어디 공식석상에 나타나지도 않고."
   "하도 졸라서 같이 출마한 것 뿐. 정치에 관심없는데, 뭐."
   "돈들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 운진은 숙희의 입에서 돈 얘기가 나오면 말문을 닫는다.
정확히는 몰라도 현재 숙희에게 있는 돈이 기 빌리언은 된다. 그리고 그녀는 늘 돈에 대해 집착하는 경향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늘 불안해 하는 아내를 보고 운진은 그런 것이 있는 자들에게 벌어지는 현상인지 연구해 볼 만한 대상들이라고 단정짓는다.
   '없으면 차라리 마음 홀가분하게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가 더 속 편하고 부담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집도 나는 하시로 맨몸으로 나갈 수 있으니...'
운진은 리못 콘추롤을 들어서 텔레비젼을 껐다. "나, 아무 데건... 일자리를 찾아봐야겠는데?"
   "어머, 왜?"
   "첫째는, 심심하구... 둘째는 용돈이라도 벌고 싶구. 그리고... 마냥 노니까 몸도 찌뿌뜨한 게 영..."
   "리꺼 할 때 20년을 하루도 못 쉬고 장사만 했대매. 은퇴한 거 아냐?"
   "은퇴는... 돈 한푼도 없이."
   "내가 용돈 줄께."
   "얼마씩?"
   "달라는 대루."
   "달라는 대루?" 
운진은 밖으로 다니고 싶어서 핑게꺼리를 찾는 것이다. 
차라리 밖으로 다니면서 정애도 만나서 속셈을 타진해 보고.
그리고 그러면 안 되지만, 영아가, 그녀의 몸이, 그립고 그리고 폴이 보고 싶다.
   '챌리나 킴벌리는 엄마 생각이 날 때마다 아니면 지나는 길이면 이모를 보는 눈치인데.'
운진은 챌리가 폴과 볼을 맞대고 셀카로 찍은 사진을 한번 본 이후로 상사병이 도로 도졌다. 
영아를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영호에게 손을 좀 대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가만! 일단 정애를 만나서 속을 떠 본 후에 영호와 연결을 해 줘 봐? 나한테 빚진 것 갚을 겸. 그리고 정애란 여자도 시민권자를 필요로 하고...'
   "이런! 물을 안 가져왔네?" 
운진은 마치 잊었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숙희는 핑게 김에 책을 놓았다. "출출한데 뭐 스냌이라도 좀 가져오지?"
   "그러지. 뭐. 과일?"
   "응."
그래서 부엌으로 내려온 운진은 정애로부터 셀폰 두 개로 전화가 왔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제 셀폰으로 정애에게 리턴 콜을 눌렀다.
   "네에!" 정애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내 나왔다.
   "내가 그리 그립소?"
   "호호호! 호호호!"
   "사실 회포도 좀 풀어야겠는데."
   "호호호! 호호호!"
   "그 새 남자 하나 못 만들어 놓은 모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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