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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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4. 01:13

   앞으로 남은 챌리의 결혼식까지는 운진과 숙희 두 사람이 할 일이 별로 없다.
숙희의 셀폰은 하루 종일 침묵이다.
그런데 오라이언 뱅크가 불실기업 하나를 시장 가격으로 지불하고 인수한 것에 대한 에프티씨의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다시 말하면 알트 월래스가 쑤의 회사를 접수했을 때 승인했던 연방 정부 부서의 담당자가 새로 바뀌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냥 놔 두면 법정관리를 받을 것도 없이 도태될 기업을 어떤 이들이 사비를 들여가며 살려보겠다고 덤볐는데, 그것을 은행이 덥썩 사들인 막후에는 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재조사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개리야, 아니, 아론이야?... 아론이면, 개리가 묵인해 주고?
숙희는 소파에 깊숙히 앉은 자세로 텔레비젼 뉴스를 보며 옆에 앉은 남편의 손 하나를 끌어다가 조물락거리기 시작했다.
운진은 반응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재밌지, 응."
   숙희가 눈웃음을 쳤다. "손실을 끌어안으면서 합병하는 것도 있네."
   "시내에 나가 보면... 장사가 안 되어서 닫은 가게들이 있지."
   "응. 근데?"
   "좀 있으면 또 누가 렌트를 얻어서는 개업을 하지."
   "그래서?" 
숙희는 남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좀 하다가... 역시, 도로 닫어."
   "왜? 자리가 안 좋아?"
   "누구나... 나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다,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 하고 덤벼들거든."
   "맞어! 맞어!"
   숙희가 손뼉을 쳐가며 반응을 보였다. "남들은 다 바보라서 실패한 줄 알구, 응."
운진이 이제는 다른 뉴스로 넘어간 텔레비젼 화면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제레미를 도로 안았으니까, 저들깐에는 다시 살릴 수 있다고 계산했나 부지."
   "제레미를... 도로 안았으니까, 라니?"
   "오라이언 뱅크가 라인 어브 크레딧을 프리즈 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잘 굴러가던 회사였잖소."
   "으응!"
   숙희가 고개를 저었다. "회사가 불실해지니까 자금 부족으로 라인 어브 크레딧을 마구 끌어다 쓴 거지. 그래서 은행에서 그 회사의 유통자금 실태를 알아보려고 그걸 동결시키니까, 그 회사는 하루 아침에 샷 다운 된 거거든."
   "그런 거군."
   "그치만, 내가 풀어준 돈은 급한 불을 끈 거지.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면 손을 많이 댔어야 했는데, 내가 그랬어?"
   "감원과 예산 삭감으로 건강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대매."
   "그렇지!"
   숙희는 남편과 대화가 되는 것 같아 신이 났다. "그 때, 건강하게 보일 때, 팔았어야 괜찮았는데? 누가, 그러니까... 오라이언 뱅크의..." 
   "..." 운진은 숙희의 입에서 알트 월래스란 이름이 거론되길 기대했다.
숙희는 그 이름이 안 나와서 입술을 달짝거렸다.
   "월래스가." 운진은 그 이름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입 밖으로 내보냈다.
   "월래스가 그게 싫어서 발전소 지분을 서둘러 팔아 제이 알을 인수한 거지."
숙희는 입술로 그렇게 말하지만 속은 떨려왔다. 이 이 입에서 팦 이름이 나왔다!...
   "결론은, 거저 못 먹어서 혈압이 올랐겠군."
운진은 말로는 그렇게 하는데 눈은 다른 데에 가 있었다.

   사실은 아까부터 숙희의 빨강색 셀폰이 부엌 식탁에서 진동소리를 내고 있었다.
운진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누군지 내가 가 보고 올께."
부엌으로 간 운진이 숙희의 셀폰을 집어서 들여다 보더니 공중에 들고 흔들었다.
   "누구야?"
   숙희는 일단 남편이 확인하고 난 후라 안심하고 움직였다. "누구야?"
운진이 입술로만 말했다. '알트 월래스.'
   "뉴스 때문에..."
   "내가 걸어줄테니 뭘 원하는지 들어보시요."
숙희가 아니 했을 때는 운진이 리턴 콜을 누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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