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니 아담을 끊었어야 하나 보네!'
숙희는 남편이 나가면서 채 꼭 닫지 않은 방문을 쳐다봤다. '저 이가 관심없고 모른 척 해도 많이 아네. 남자라 그런가?'
저 아래서 지하실 문이 탕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실이라 수신이 안 좋은 걸 알면서, 그러니까, 그것을 기회로, 더 일부러 알트에게 욕을 해대고. 아이, 저 사람,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숙희는 몸을 돌아뉘여서 방문을 등졌다. '아니. 그게 더 효과적이나? 차라리 이쪽에서 쌍욕을 하고 막 나가니까... 저쪽 사람들이 맞상대 하지 않으려고 피한다든지.'
아담은 남편 있다니까 서둘러서 끊고.
다른 때 같으면 그러건 말건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폰셐스 하자고 조르던 아담인데.
알트도 보아하니 어거지로 말을 붙여 보려 하고.
다른 때 같으면 숙희는 붙잡혀 가고 또 빨가벗겨져서 체벌깜인데.
'그 생각만 하면!'
숙희는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앉았다. 온몸에서 화가 불끈불끈 솟았다.
남정네들이 우글거리는 방에서 그자들의 손에 의해 완전히 빨가벗겨지고 대롱대롱 매달린 채 온 몸에 가죽 혁대로 돌아가면 맞던 기억만 하면...
'투 빌리언도 아깝다! 알트!'
운진은 지하실에서 소파에 길게 앉아 다리를 티테이블에 걸치고, 케이블 텔레비젼에서 내보내 주는 일명 유령 잡기 즉 '고스트 헌터' 라는 프로를 보고 있다가 아내가 내려오는 것을 봤다.
"응? 자는 거 깨워서 다시 못자나부지?"
운진은 리못 콘추롤로 볼륨부터 죽이고 채널을 그냥 한 단계 올라가게 바꿨다. "Sorry."
"아니."
숙희는 남편 곁에 풀썩 안아서는 그의 손에 쥐어진 술잔을 잡았다. "나 술 좀 줘."
운진은 그녀의 손을 가만히 밀었다. "어허이! 이 사람이..."
"나 한모금만 먹자."
"큰일 나려구."
"쪼끔만 마실께. 아주 쬐끔."
"난 몰라. 난 책임 안 집니다." 그가 술잔을 숙희에게 주었다.
숙희는 위스키를 입술 끝에만 적셨다. "진짜 주네?"
"제프는... 내가 왜 면회를 하자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는군. 그래서 거절했는데. 연방 교도소는 대우가 좋은가?"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숙희는 싫지않은 얼굴을 하고 남편을 툭 쳤다.
"맼클린. 클로버 콜프 회장? 부검 발표를 이제서야 하는 걸 티비에서 보고, 그리고 주피터 뱅크가 프론티어 뱅크를 합병한 것이 타당했는지 재조사한다는 소문을 듣고, 당신 괜찮나 해서..."
"개리가 막아준다더니... 디렠터 자리에서 올라가고, 새로 온 애론이... 발동을 거나 봐."
"이유가 있겠지."
"무슨... 이유?"
운진이 대답을 얼른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응? 무슨 이유?"
"그야 당신이 잘 알겠지."
"또! 또 그런다! 내가 질색하는 거 알면서 또 그렇게 말해?"
"감옥에 있는 제프도 그러네. 당신 괜찮겠느냐고!"
"내가 뭘!"
"됐어. 아니면 말구."
그가 술을 더 가질러 가려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숙희에 의해 도로 앉혀졌다. "앉어 봐!"
"왜 이러나?"
"뭘 내가 잘 알 거라고, 또 그렇게 빈정거리니?"
운진은 아내를 노려보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왜 웃어?"
"알았소. 모르면 됐소."
"뭘 몰라, 또?"
"알았다구, 이 사람아! 쩟!" 그가 눈을 부라려 떠 보이고 일어섰다.
그는 미니바 뒤로 돌아갔다.
숙희는 그가 술이 진열된 장식장을 벌컥 여는 것을 보기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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