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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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6. 03:46

   숙희는 남편이 술을 새로 딸아서는 제 자리로 다시 올 줄 알고 앉아서 기다렸다.
그런데 운진은 술잔을 들고 문으로 가는 것이었다.
   "자기, 어디 가, 그것 갖고?"
   "당신 셀폰 가질러."
   "왜?"
   "애담이란 자식이 전화 할 만한데, 왜 안 하나 해서."
   "그걸... 자기가 왜 신경써?"
   "아니면 말구."
   운진이 소파로 돌아와서 술을 흘릴까 봐 조심하며 앉았다. "올라가서 자지?"
   "나 자는 거 신경쓰지 마."
   "그래, 그럼."
   운진 그가 티테이블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는 술을 한모금씩 축이며 텔레비젼으로 눈길을 보냈다. 그가 채널을 한 단계 도로 내렸다. "어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진짜 유령을 찾나 본데?"
숙희는 그가 뭐라 하든 그의 뒷통수를 가만히 봤다.
   숙희가 결국 지하실에서 윗층으로 올라갔다.
운진은 아내가 가 버린 뒤에야 텔레비젼의 볼륨을 올렸다.
그 날의 '고스트 헌터' 에피소드는 아주 오래된 개인 박물관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온갖 현대식 장비를 설치해 놓고, 온도 측정 카메라를 가지고 방방마다 복도마다 다니는데. 
푸른 색의 물체가 즉 체온이 다른 형체가 그들의 앞을 휙 지나가는 것이었다.
   "엇, 씨발!" 운진은 놀라면서 술을 조금 흘렸다.
텔레비젼의 에피소드에서도 욕을 편집한 고로 '빕! 빕!' 대목이 들렸다.
   그런데 숙희가 도로 지하실로 왔다.
그 바람에 운진은 텔레비젼의 채널을 또 바꾸었다.
숙희가 빨강색 셀폰을 운진에게 내밀었다. "실은 자기 제프랑 통화하기 전에 아담에게서 전화왔었어."
   "근데?" 운진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반문만 던졌다.
   "난... 자기가 제프랑 통화할 줄은 모르고... 그냥... 상관 없는 전화였어서."
   "당신은, 내가 당신을 도와주기를 바래, 안 바래?"
   "도와준다는 말이... 대체 어디까지 범위인지..."
   "됐소. 또 괜히 내가 지레 짚고 나선 모양이요."
   "자기!" 
   숙희는 운진 곁에 가서 앉았다. "자기 왜 이렇게 꼬였니?"
   "꼬여서 미안하오." 
   그가 제법 많은 양의 술을 한번에 비우고 일어섰다. "이제부턴 당신의 일에 일체 관여 안 할테니, 당신도 나한테 지나가는 말로라도 흘리지 마시요."
   "자기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그가 그 말에 대꾸않고 미니바 카운터탚 옆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가 손에 쥔 글래쓰를 마치 깨버릴듯 쳐들었다가 싱크 안에다 땡그랑 소리가 나게 놓았다. 
   "내가 이상해?"
   운진이 아내를 외면한 채 눈가에 비웃음을 띄운 상태로 카운터탚을 돌아나왔다. "나만 맨날 이상하지."
   "어디 가, 자기?" 숙희는 반쯤 일어섰다.
   "무슨 상관인데!"
   그가 문으로 곧장 향했다. "먼저 자요. 나, 바람 좀 쐬고 올테니."
숙희가 단걸음에 가서 운진을 붙잡았다. "나가지 마! 안 돼!"
   "놔, 이거!"
   "못 놔!"
   "놓으라니까?"
   "못 놔! 나가지 마!" 숙희는 온 힘을 다해 남편을 안았다.
운진이 소파에 털썩 앉으니 숙희도 자연적으로 앉게 되었다.
숙희는 자세야 어떻든 운진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잠도 못 자고 그러는 거요?" 그가 나무라듯 말했다.
숙희는 그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자기 말이 다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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