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잘 안 하던 짓으로 남편의 품에 파고 들었다.
"배가 나오니까 조금 불편하네?"
"그 참, 희한하군." 운진이 고개를 약간 저었다.
"뭐가?"
"당신이 이러는 것 말요."
"내가 말했잖아. 자기가 존경스럽다고."
"영광이군."
"영광이지, 그럼!"
숙희는 남편의 얼굴을 코 앞에서 들여다봤다. "자기 은근히 잘 생겼다?"
"더블 영광이요."
"아니이, 진짜루... 여러 여자 울렸겠는데?"
"잘 생기면 여자를 울려야 되나부지?"
"나도 자기가 울린 축에 들어가나..."
운진은 긴 심호흡을 하고 나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
숙희는 그제서야 하품이 나왔다.
두 사람은 이내 잠에 빠졌다.
운진이 할리데이 시즌 지나고 보자 해서 그러는지 알트에게서 정말 전화가 오지않았다.
숙희는 점점 모를 인물로 부각되는 운진이라고 하는 남편을 관찰하기로 했다.
개리 시니어에게서 우디의 셀폰으로 직통 전화가 왔다.
우디가 모호크 뱅크에서 끊어져 온 수표를 포토카피해서 그에게 보낸 것을 보고 나서.
"That's a real check for her. Genuine. (그것은 그녀를 위한 진짜 수표요. 진품.)"
"For what. (뭣 때문에.)"
[쑤의 제품 개발을 막아야 회사가 잠이 들고. 회사가 잠이 들면 월래스가 헛물 켜고.]
[월래스가 헛물 켜면 이글에 뭐가 유리한 거요?]
"Wallace's neck. (월래스의 목.)"
[이글이 월래스의 목을 원하는 건 아니겠고. 오라이언 뱅크에서 월래스를 쉽게 치겠소?]
"He's stuck. (그는 굳었소.)"
"He cannot sell the businesses he took over. (그는 접수한 비지네스들을 못파니까.)"
"You know it! (당신이 알다시피!)"
[그렇다면, 내 아내 쑤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보호가 필요하겠군.]
"Pretty much. (아주 많이.)"
"By the way... (그나저나.)"
운진은 아내 숙희가 가까이 있다가 듣나 해서 돌아다봤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가 부엌에 있는 것처럼 감각으로 느껴졌다. [나한테 전화해서, 체크에 대해 말해줘서 고맙소.]
돈을 와이어로 빼내오도록 허락한 것이 개리이면, 되돌려 주는 것도 역시 그가 중간에서 해 줘야 하니까 물으려다가, 운진은 그만 두었다.
'저 여자가 가만 있는데, 내가 구태여...'
'어쨌든 개리가 나한테 전화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저 사람이 미처 감 못잡고 있는 것에 대해 귀띔 내지는 경고.'
'이글에서 저 사람을 포섭하려고 들면 판세는 재미있어지겠네.'
운진은 소파에 앉은 채로 기지개를 폈다. "아우우우! 이 봐!"
그가 부르자 숙희가 부엌에서 나왔다. "뭐..."
"우리 바람이나 쐬러 나가지? 할리데이 샤핑 안 봐?"
"둘이서만 있는데, 샤핑은 무슨 샤핑?"
"그럼, 나 좀... 나갔다 와도 돼?"
"어딜 가는데?"
"그냥."
"좀만 있어봐. 나 준비할 동안만."
숙희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운진은 소파에 길게 기대면서 어떤 생각 하나를 했다.
'암만 해도 돈이 저 사람에게로 모이는 것 같애. 누구의 비상한 머리일까?'
운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저 사람의 재주가 비상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저 여잘 이용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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