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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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6. 03:53

   '숙희가 임신한 아기, 오 선생님 아기 맞을까요?'
   정애의 그 말이 운진으로 하여금 말술을 들게 만들었다. '학창 시절에도 남자 문제로 온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적이 있다고? 하지만 학생 때는 애 같은 걸 낳고 하지 않았겠지.'
   죽은 그 사람 얘길 들으려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나? 
그렇다면 김정애가 그토록 잘 아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즉 직접 관련되어 있을 테지!
운진은 글래쓰를 놓으며 웃었다. 헛 약았구만, 들!
   "자기! 술 좀 제발 그만 해라, 응?" 숙희가 지하실로 내려왔다.
운진은 벌개진 얼굴을 외면했다.
숙희는 두어발짝 떨어져서 멈췄다. "응?"
   "무슨 상관인데?"
   "그게 또 무슨 말이야, 자기."
   "당신이 나 술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거지."
   "그게 부인한테 하는 말은 아니지."
   "와이프. 마누라. 아내. 아! 부인! 흐흐흐!"
   "이젠 점점 술을 못 이기면서..." 숙희가 글래쓰를 집으려 했다.
운진이 글래쓰를 움켜쥐며 일어섰다. "놔!"
   "자기... 나 홀몸 아냐. 알잖아."
   "왜? 만일 아기 떨어지면, 어떤 아빠가 슬퍼할 건데?"
   "뭐라구?"
   "흠!" 운진은 심호흡인지 비웃음인지 소리를 내고는 술이 진열되어있는 벽장으로 향했다. 
그의 걸음은 똑바랐다.
숙희는 머리 위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순식간에 지나가는 소름을 맛보았다.
   '아냐! 그 때 내가 잠시 혼절해 있었지만 신체 접촉은 없었어!' 
   그런 생각을 한 것인데, 운진에게는 그녀의 머리 흔듬이 어이없다로 여겨진 모양.
운진이 이런 말을 던졌다. "무슨 헷소리냐고 나를 야단쳐야 하는 거 아닌가?"
   "말같지 않아서... 말같지 않으면 대답할 말이 안 나오거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지, 한숙희씨!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지."
   "내가 무슨 말을 또 잘못 했는데."
   "야, 이 미친 새끼야! 어떤 아빠라니! 니 새끼다!... 해야 정상이지."
그런데 숙희에게서 그런 말이 안 나왔다. 아니. 
그런 말이 못 나왔다.
   '미치겠네! 이 속에 든 아기의... 인종을 알아보는 방법은 없나?'
그녀가 그렇게 주저하는 이유는 제프에 의해 알트의 별장으로 끌려갔었을 때, 처음 며칠은 남정네들과 치고받고 싸웠지만 나중에는 탈진해서 얼맛동안인지 모르게 졸도했었는데, 한기가 들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빈 방에 반나로 누운 상태였었다.
그리고 확실히는 기억 안 나지만, 하체를 침범 당하는 비몽사몽을 겪은 것도 같다.
싸이코가 말로는 아무 일 없었다고 했지만...
그런 다음 집에 와서 남편과 정성들여 셐스를 가졌고, 임신으로 이어졌는데...
그렇다면, 아기의 임신 대상은 더 늘어난다. 알트가 그렇게 말하며 놀리는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까지로 연결되면 숙희는 미쳐서 돌아가시고 싶다. 다크 스킨이라면 흑인을 말하지 않는가...
   "하여튼 몸 생각해서라도 그만 좀 마셔."
   "당신... 참 비굴하구만?"
   "왜 또!"
   "당신 성질대로 나와! 아니면 아니다, 기면 기다! 내가 어떤 아빠가 슬퍼하느냐 그렇게 말했을 때, 뱃속의 아기가 내 애기면 내 뺨따귀를 때리면서 미친 놈 죽고 싶어서 헛소리하냐고 소리치라구!"
   "자기, 취했나 봐." 숙희는 시선을 피했다.
   "이것 봐, 이것 봐."
숙희는 내빼듯 지하실을 나갔다.
운진은 아내 숙희를 올려 보내놓고 지하실 소파에 가 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와앗, 씨팔! 미치겠네!
   우기란 말야! 설령 내 새끼가 아니더라도 니 새끼 배었다고 우기란 말야!
   "설령 나중에 흑인 피부로 나오건 백인 피부로 나오건 니 조상 중에 그런 핏줄이 섞였나부다고 하면서 우기란 말야! 난 챌리도 내 딸처럼 키운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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