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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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7. 01:09

   "그런데, 우리 아들애가 한국에 나가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은 어떻게 하셨대?" 
   정애가 운진의 가슴을 매만지며 말했다. "쪽찝게네?"
운진은 정애의 작은 몸을 끌어 당겼다. 
숙희보다 한참 작아 아담한 몸을. "어딜 갔겠어. 걔가 차도 없는데. 엄마한테 반항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국에서... 나오라네요. 나보고. 애들 아빠가... 다 때려치고."
   "여자가 있다면서?"
   "청산했대나."
   "아무리 그런 것이 요즘 한국의 추세라지만. 너무 하네."
   "우리 애가 한국에 나가니까 그 여자를 내보냈다나, 어쨌다나."
   "딸내미는... 걔도 나간대?"
   "걔는... 여기 미국이 좋대. 걔가 늘 천식끼가 있었는데. 여기 공항에 처음 내리자마자 기침을 안 하는 거예요. 저도 신기하다면서... 그래서 딸애는 안 나간다 하고."
   "혼자 있게 하고 나가면... 학비는 오나?"
   "모르죠."
   "여자애를 혼자 놔두고... 글쎄."
   "돈은... 정말... 무슨 뜻으로 준 거예요?"
   정애가 정말 묻고 싶어서 물었다. "그것도 이십만불도 넘게?"
운진이 정애의 입술을 만졌다. "이 예쁜 입을 가만 두라고 줬는데, 일을 벌리네."
   "일 벌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정애가 혀끝을 날름거렸다.
   "근데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한단 말야? 아주 작정을 했더만."
   "난 두 사람, 각방 쓰는 줄 알고."
   "뭐, 만삭이니 섹스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하여튼 말요, 일 저지른 장본인인 정애씨가 책임지슈."
   "돈... 정말 나 준 거 맞죠?"
   "그렇다니까! 대신..."
   운진이 정애의 머리를 눌렀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잠이나 자자고."
정애가 운진의 품에 스며들듯 안겼다.
   "정말... 이혼 안 할 거야, 오 선생님?"
   "아직은 안 한다니까! 적어도 별거 시작하면 모를까."
   "오 선생님 이렇게 나와 있는 동안에 숙희 걔 숨겨놓은 남자 들이면?"
   "출산 낼 모레 하려는 여자한테 열놈 와 보이..."
   "그런 얘기가 아니고... 오 선생님이 이혼... 당하는 걸루?"
   "아닌 말로 정애씨랑 삼자대면 해서, 내가 술 먹고 외박은 했을망정 우리 사이에 아무 일 없었다고, 들이댈 수 있지만."
   "있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네?"
   "그냥... 이혼으로 끌구 갈려구?"
   "봐서."
   "나... 기다려, 오 선생님?"
   "언제 이혼할지 모르는데?"
   "여태두 기다렸는데..."
   "이런! 그 예쁜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슈."
   "정말이야. 나 정말 오 선생님 기다렸어."
   "내가 세탁소 주인 여자하고 문제나니까, 잘 해결되시길 바래요 하고 가버린 주제에!"
   "그 땐... 언니 책방도 마침 팔렸구. 실망두 쪼끔 했구."
   "나 보다 더 좋은 남자 많잖아. 어쩌면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 끊었어... 홀아비 있다 하면, 죄... 빈털털이에 똥배 나온 몸매에... 체!"
   정애가 새삼스럽게 운진의 건장한 몸을 주욱 훑듯 만졌다. "오 선생님처럼 멋있는 몸 가진 사내가 참 없더라구."
   "잠 좀 잡시다. 아니면, 술 더 내오던가."
   "참! 나 내일 일 안 나간다!"
   "나 때문에 약속들 깨야 하는 거 아냐?"
   "있다손 쳐도 그런 약속은 깨도 돼요!"
   "남한테도 나와의 약속 깨도 된다고 하지. 응!" 
   운진은 여자와 이렇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줄도 아는 사내이다. "오늘은 언 놈이 바람 맞았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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