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에 밥상이 다시 보아졌다.
운진과 정애가 출출해서 야식을 즐기는 것이다.
정애는 아예 옷을 입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둘이만 있다고 위에는 짧은 셔츠만 걸치고. 조그맣고 하얀 궁둥이를 아예 내놓다시피 하고 부엌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이었다.
"거 무슨 왕년에 삼류소설에 나오는 야설 같네?"
운진이 맞은 편에 앉아서 팬티를 보여주는 정애에게 웃었다. "난 뭐야?"
"뭐, 어차피 우리가 애정 도피 행각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눈이 맞아서 어울리는데 적당히 생각하세요. 우리가 몸도 맞춘 주제에."
정애가 밥수저에다가 김치 찢은 것을 얹어서 운진에게 권했다. "아."
"크크크! 내가 이렇게 들어앉아 있는 동안, 밖에 몇놈이 울고 있나..."
"난 한번에 한 남자만 사귀어요."
"어때... 내가 그래도 가장 많이 돈 준 남잔가?"
"쫌..." 정애가 아주 애교스럽게 굴었다.
운진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 정도면 진짜 주둥아리 닥치겠지.'
정애가 아주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운진의 품을 또 파고 들었다. "역시 오 선생님이 내가 대한 남자들 중 가장 따뜻한 가슴을 가졌어. 매너 깨끗하고... 저번만 빼고."
'영아도 늘 같은 말을 했는데...'
운진은 이제는 숙희의 집을 나와도 될 때라고 다짐했다. '걔네들 결혼만 하면 헤어지기로 했잖아. 그렇지만 이 여자하고 살림 차리는 것은 좀 그렇다.'
'이 여자와는 이것으로 매듭짓자.'
'돈만 날렸네, 제기!'
정애가 이불 속에서 옷을 벗느라 꼬물락거리다가 말했다. "참! 내일... 저,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무슨 부탁?"
"내일 딸애가 오는데. 공항에 좀 같이 가 달라구."
"알았어."
"아유. 대답도 참 시원시원하게 하시네?"
정애가 이불 밖으로 셔츠와 팬티를 던졌다. "나 다 벗고 잘테니, 맘 변하시면, 맘대루."
"마누라도 그딴 식으로 말하더니! 그런 식으로는 안 한다니까."
"알았어어. 어쨌든, 맘 변하면 서슴치 말고... 벗고 자니까."
정애가 운진의 손 하나를 끌어다가 제 몸에 얹었다.
운진의 손이 힘없이 흐르면서 그녀의 아랫배 위를 스쳤다.
정애가 훅! 하며 심호흡을 내뱉았다. "와아! 그 손 굉장하네! 막 자극오는데?"
"허허허! 남자 잘 꼬시시는데?"
운진은 이불을 밖으로 걷어내고 몸을 쭉 뻗었다. "자!"
정애가 운진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그녀의 몸이 도마뱀처럼 그의 몸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운진은 정애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깜깜해진 천장을 올려다봤다.
'무수한 남자들과 무질서한 셐스를 밥 먹듯이 했대요.'
'지난 날은 묻지 않고 앞으로만 보며 살아주겠다고 약속해줘.'
정애와 말과 숙희의 말이 운진의 귀에서 쟁쟁거린다.
운진은 아내가 정말 이혼을 원하면 두말 말고 들어주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정작 제프의 돈은 누가 원격으로 움직여 주었고, 되돌려 주기로 하면 역시 같은 사람이 해줘야 할텐데, 회계사 새끼가 왜 자꾸 장난해 먹으려고 끼어들지?'
'그거에 수키가 넘어가면 저만 손핸데...'
'여태 저를 혼자 내버려 두면 죽는다고, 나더러 꼼짝말고 곁에 있어달라 하더니, 정애와 밤샘한 걸 기회로 날 내쫓아. 이젠 그 위험부담이 없어진 거야, 그럼?'
'아니지! 이젠 클로버인지 뭐인지에서 새삼스레 웬수처럼 여길텐데. 적이 더 늘었지?'
정애가 잠결에 돌아누우며 이불 밖으로 벗은 상반신이 나왔다.
운진은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다가 벗은 어깨에 이불을 끌어올려 주었다.
정애가 다시 돌아누우며 손 하나가 아주 자동처럼 그의 팬티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 통에 운진도 똑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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