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폰을 귀에서 떼는 정애가 무안해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어쭈우... 제법 세게 나오는데. 섣불리 대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당하겠다?'
짐작했던대로 오운진이란 사내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정애는 은행 잔고를 보지않아도 얼마 들어있는지 잘 안다.
식당에서 일해주고 받는 돈은 사실 아파트비 내고 잡비 쓰기도 벅차다.
추수감사절이랍시고 딸이 올 때도 비행기표를 미리 사서 보내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 비행기값은 어떤 홀아비 남자와 세번 연거퍼 정을 통하고 얻었다.
'쟤 갈 때 용돈이라도 챙겨줘야 할텐데...'
그래서 찍은 오운진이란 사내는 이십사만불이라는 돈을 던져주고는 되려 쳐다도 안 본다.
하루 종일 그의 셀폰 번호를 눌러댔는데 밤중에야 비로소 응답하고는 대뜸 뭐냐고 끊어버리는 사내.
'보기 하고 다르네? 꾼인가?'
정애가 혹시 오운진이란 사내가 어떤 종류의 '꾼' 인가 하고 회의를 갖는데.
'그 돈을 정말... 내가 다 가져도 되나?'
잠시 후 운진에게서 정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 지금 모텔에 있소."
"모텔을 좋아하시나 봐요?" 정애는 비꼬았다.
"모텔을 좋아하시나 봐요? 참 나. 놀고 있네, 이 여자가."
"뭐라구요?"
"나 지금 집에서 쫓겨나서 모텔에 있는데, 밤참 생각나서 전화했소. 거 차이니스 음식 하나 시켜 갖고 이리로 오슈."
운진의 말하는 혀가 약간 꼬부라진 것 같았다.
"이 이가 시방?"
"그럼. 내가 그리로 가리까? 딸 와 있는데?"
"여보세요!"
"딸, 걔 몇살이요?"
"딸 나이는 왜 물어요!"
"어린 게 아주 짝 빠졌던데."
"여보세요! 어머머! 이 이가 미쳤나봐?"
"이런 얘기 알아요? 엄마를 먹으니 딸은 덤으로 따라 오더라..."
"어머머! 이 이가 미쳤나봐! 뭐가 어째?"
"내가 그리로 가면 김 여사 딸 감시하느라 힘들테니, 이리로 오슈. 기왕이면 회포 술도."
"미친 인간 아냐, 이거?"
"어이. 여자!"
"이보세요!"
"당신 혹시 동두천이나 텤사스촌 출신 아냐?"
"이 이가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난, 씨발, 많은 여자하고 자봤지만 준비 없이 왔다고 받아 먹은 여잔 또 첨 보네."
"이, 이 이가 정, 정말..."
"어때. 그 정도 실력이면 후장 성교도 해봤겠는데, 그래. 한번 맛 좀 보여줄려우?"
"야! 이 미친 놈아!" 정애는 방에 있는 딸에게 들리든말든 결국 악을 썼다.
"천상 내가 그리로 가야겠구만. 딸내미 좀 나와 있으라 하슈."
"진짜 미친 인간이네, 이거!"
"춘향이 엄마 월매가 뭐였더라아..."
정애는 셀폰을 있는 힘을 다해서 껐다.
'허! 이거, 이거... 완전 개, 저질이네?' 정애는 웬지 모를 소름이 쪽 끼쳤다.
이 집 딸내미가 방에서 나왔다. "엄마,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엄마 아는 남자 많어?"
"얘!"
"아까 그 아저씨 좋은 분 같던데... 그런 아저씨가 울 아빠였음..."
"조용해!"
"돈 많은 아저씨 같던데..."
"조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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