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채였지만 사용하지 않아도 배터리는 소모되는지.
셀폰은 눈금이 하나 남았다.
운진은 모텔 방에서 전기 꽂는 아울렡을 찾아 셀폰의 충전기를 연결했다.
밤 열시.
'뉴스나 보자!'
운진은 침대 위로 올라가 앉고는 리못 콘추롤로 텔레비젼을 켰다.
희한한 것은 매년 땡쓰기빙 때마다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일정한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
바로 땡쓰기빙의 기원과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 청교도들에 관한 것들.
다행히 이 모텔은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서 다른 방송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가 늘 즐기는 경찰 현장 취재 프로를 찾아놓고 침대에 눕는데, 그의 셀폰이 작은 벨톤을 내었다.
'이런 시팔! 언제 저절로 켜졌구나!'
운진은 팔만 뻗어서 셀폰을 집었다. 혹시 수키가 화해하자고!
"헬로?"
"아, 인젠 받으시네?" 정애였다.
운진은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 절로 불쾌해졌다. "뭐요, 또?"
"네?"
"뭐냐구."
"오 선생님, 아니세요?"
"뭐요, 뭐! 또."
"집이세요?'
"집에서 나왔시다."
"숙희... 한테서 전화 왔었는데."
"뭐? 언제!"
"쫌 됐어요. 이 셀폰으로 와서 멋모르고 받았더니."
"...그랬더니?"
"글쎄, 또 숙희더라구요."
"그래서,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눈 거요!"
"나더러 오 선생님한테서 떨어지라고."
"그래서!"
"너나 남편 잘 간수하라고 그랬죠?"
"이런! 꼭 생긴대로 놀고 있네!"
"네? 누구 보고 지금..."
"돈... 그냥 준 거 아니거든? 궁하니까 받은 것도 있겠지만, 진짜 공짠가 해서 받았다면 당신은 미친 여자야. 참 내..."
"이보세요." 정애의 대꾸가 대번에 꺾였다.
"돈 이십사만불이 무슨 장난인 줄 아나? 흐흐흐."
"애들... 학자금... 이라고 했잖아요."
"댁의 애들한테 학자금으로 쓰라고, 언제 봤다고 이십사만불을 줘. 참 나아."
"아니, 그럼..."
"내 새끼한테라도 그런 짓은 안 하겠다."
"숙희가 내 입 막느라고 준 건줄 알았는데... 맞잖아요."
"그래서. 당신 입 닫았어?"
"네?"
"돈 받고도 입 벌리고 전화했잖아! 흐흐흐! 이 여자 정신 나갔구만?"
"이 이 좀 봐... 왜 이랬다 저랬다 하지?"
"기대하라구. 그 돈 꿀꺽 먹고, 그게 어디에 걸려서 체하나... 잘 보라구. 응?"
운진은 그대로 끊어버렸다.
벨톤은 금새 또 울렸다.
운진은 계속 걸려오는 콜을 '붘스토어' 이름만 보고 무시했다.
'미친 것! 애들 학자금이란다고 낼름 받어? 잘 쓰시게, 김 여사.'
그는 모텔 방을 나서며 휘파람을 불었다.
길 건너의 술가게로 향하는 것이다.
이따 부르면 틀림없이 달려올 거다! 보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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