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애만 해도 이유야 어쨌든 돈을 줘놓고는 도로 달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니까 대번에 못내놓는다고 버틴다.
'숙희는 돈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이유가 뭘까.'
'정애처럼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왜 못 나가지?'
운진은 잠자코 술을 기울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김정애씨. 내가 당신 입이 무서우니까 돈으로 무마시키려고 줬다가 도로 달라 하면, 못 준다고 하는 걸로 끝인가?"
"당연하지!"
"어떤 경우에 두말 않고 도로 내놔야 하는데?"
"그런 게 어딨어!"
"만일 위협하고 협박하면..."
"흥! 해볼테면 해보라지? 아예 밖에다 죄 터뜨릴테니까!"
"그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나?"
"인간 이하, 형편없이 살아온 과거가 다 폭로되는데, 어디다 얼굴을 들고 다녀?"
"그걸 상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달라고 하면?"
"협박죄로 걸어버리지!"
"그래?"
운진은 정애와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운진은 숙희가 알트 월래스란 자를 가장 두려워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인가 보다는 짐작이 확실해져 갔다.
알트란 자가 밖에다 까발리면 그 여자는 똥 되나?
'알트의 돈을, 그 밑에서 일하는 동안, 받았거나 훔쳤나? 이제 알트가 변심해서 도로 달라 하는데, 정애처럼 버틸 자신이나 핑게 거리가 없어서 그저 피하기만 하는가?'
정애가 손으로 유방을 가리고 있다가 시트로 벗은 상반신을 가렸다.
"더 할 거 아니면, 나 데려다 줘요"
정애가 발끈하고 일어섰다. "것 봐! 결국 숙희 그 기집애 무서워서 제대로 못하면서 괜히 사람이나 불러내고, 힘들게 해."
"김정애씨 입 다물라고 돈 줬는데, 계속 입을 놀리니, 그 돈 도로 내놓으슈."
"못 줘! 없어!"
"그럼, 왜 입 가만 안 놔둬!"
운진이 소리를 꽥 질렀다.
정애가 약간 움찔했다.
"왜 낮이건 밤이건 전화질 해서 일을 벌어지게 하느냔 말야! 그건 돈 받아 먹고 약속 지키겠다는 말 하고 틀리잖아!"
"말했잖아요. 숙희 그거 가만 안 놔둔다고..."
"그래서. 돈이 더 나오나?"
"오 선생님이랑 헤어지게 만들 거예요."
"그렇게 해서는?"
"내가... 오 선생님 차지... 할..."
"나한테는 물어봤소?"
"나랑 만나는 이유가, 그럼, 뭐예요?"
"숙희 가만 놔두라고 타이르고 돈까지 줬는데, 우리 둘을 헤어지게 만들겠다. 근데, 내가 정애씨 당신을 원하는데. 왜 숙희를 괴롭히는 거지?"
"헤어진다고 그 입으로 말해 놓구선!"
"아직 정애씨랑 살겠다는 말, 정식으로 안 했는데? 임시거처나 제공하라 했지."
"됐어요, 그럼! 나 태워다 줘요!"
"이제부터는 입 꼭 닫을 거지?"
"무슨 상관이야. 별꼴이여, 정말!"
"아하! 이래서 그 자식이 눈에 불을 켜고 잡아 먹으려고 하는 거구만. 알았어!"
"그 자식? 흥! 그럼, 그렇지! 숙희 그거한테 딴 놈이 있지?"
"아주 아주 나쁜 놈."
"그럼, 그렇지!"
"갑시다! 데려다 줄테니."
운진 그가 먼저 모텔 방을 나섰다. 그는 속으로 울고 싶어졌다.
정애는 행여 그가 혼자 가 버릴까봐 옷을 부지런히 챙겨 입었다.
그러더니 그녀가 정작 방을 나와서는 운진에게 매달리는 것이었다. "내가 꾼한테 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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