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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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8. 05:00

   운진은 운전하며 정애에게 결정적이듯 말했다. 
   "집사람이 정애씨와 나를 바람 피운 걸로 한데 싸잡아 몰고가는데, 정애씨에게 무마쪼로 건네준 돈을 가만 놔둘 것 같애?"
   "나, 돈 더 줘. 보아하니 숙희 그거한테 돈 많어."
   "정애씨 하는 걸로 봐서, 돈 더 줘봐야 입 안 닫을 것 같은데?"
   "그것 갖고는 숙희 그거 더러운 과거 못덮어."
   "정애씨가 우리 집사람 과거를 덮어주나? 정애씨만 우리 집사람 과거에 대해서 아나?"
   "같이 학교 다니면서 내 눈으로 똑똑히 다 봤으니까."
   "그렇다면, 우리 집사람이 미국에 와서 이십 몇년 동안 살면서 뭘 했나는... 그냥 소문으로나 듣고, 아니면, 그러려니 하고 짐작한 거네?"
   "한국에까지 소문났을 정도면 말 다했지."
   "누가 그런 소문의 제보자일까?"
정애가 운진의 그 질문에는 대답을 않고 밖을 살피는 척 했다.
   "친정엄마?"
   "그 밖에 또 누가 있겠어. 숙희 걔 친척도 없어요."
   "그렇다면... 그 친정엄마는... 누구한테서... 여기 아버지. 싸구려 악세사리 장사하던."
   "그 아버지에 그 딸인 집안. 체!"
   "그렇다면, 이제 우리 집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구만...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면, 애비란 자가 좋은 행실을 못 보여주니까 딸도..."
   "실물 봤어요?"
   "옛날에."
   "인물이야 좋으시지. 숙희가 지 아버지 닮아서 역시 인물 좋고."
정애의 그 말에 운진은 동창이라면서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했다. "아버지의 행실에 대한... 복수심..."
   "체! 복수를 지 몸 함부로 굴리면서 해?"
   "남자들을 넘어오게 했다가 차버리는... 즉 엄마를 차버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그래 봤자 지 팔자만 드세지."
운진은 정애의 아파트로 접어드는 마지막 골목을 지나칠 뻔 했다. 
   "그러는 정애씨 팔자도 좋은 편은 아니요. 차라리 남편더러 들어와서 맞벌이로 애들 가르치자 하던가. 아니면, 생활비 보내달라 하던가."
   "흥! 체! 나더러 돈 부치란 말 안 하면 다행이지."
차가 정애가 사는 건물 앞에서 멎었다.
   "그럼... 내가 준 돈에서 이미 한국으로 일부 나갔나?"
   "무슨 상관예요? 일단 줬으면 내가 그 돈으로 뭘 하든말든 상관 마는 거지."
   "그래서 도로 게워내라니까 그 난리를 피우셨구만. 치사한 남편이네에! 마누라가 여기서 뭐하는 지도 모르면서 되려 돈을 보내래? 무슨 돈인 지도 모르면서."
정애가 차문을 신경질적으로 열려했다. "문 열어요!"
   "어떡할 거야..."
   운진이 문에 부착된 여러 단추들을 손으로 덮었다. "이제부터는 입 가만 두시는 거지? 내가 연락할 때까지 조용히?"
   "돈 더 주면."
   "우리 집사람에게서는 더 안 나올 거고. 내가 이혼하면서 얼마 받으면 거기서 줄께."
   "그게 언젠데?"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그 동안에라도 정애씨 입 계속 열고 다니고, 행여 우리 집사람이나 날 접촉하려고 시도하면, 정말 돈 게워내야 한다는 거... 명심하시요."
   "문이나 열어요!"
   "대답한 거요, 응?"
   "문 열라니까? 소리지른다?"
   "대답을 소리질러야지."
   "체! 못난 사람. 그래도 깎뜻이 우리 집사람, 우리 집사람. 배알도 없나."
   "나 약올려 봐야 돈 안 나오고. 다시 만날 때까지 입조심. 말조심."
문에서 탈칵! 소리가 나고, 정애가 문을 확 잡아채어 열었다. "어이, 병신!"
   "굿 나잇, 김정애 여사!"
   "에이, 쪼다!" 그녀가 차문을 힘껏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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