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야 어쨌든... 당신에게 돈을 준 것은 당신더러 입을 닫으라 한 건데."
운진은 말을 그렇게 꺼내면서 입맛이 썼다. "나중에 내 맘이 변해서 도로 달라 하면."
정애가 코웃음을 쳤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내 말을 더 들으슈."
"돈, 못 주지."
"아아."
운진은 오해 말라는 시늉으로 손을 내저었다. "돈을 그냥 받았든 아니면 위협해서 받았든 정애씨한테 돈이 넘어갔는데... 내가 도로 달라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참 나! 내 입 무서워서 줬다고 하더니 이제 도로 내놓으라는 말인가 보네?"
"그러니까!... 정애씨 같으면 순순히 돌려주겠소, 아니면..."
"아니면, 뭐!"
숙희에게 이런 면이 없는 게 문제... 아니면, 이렇게 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나?
그는 새삼 연구거리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정애의 셀폰을 다시 찾아 손에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콜 히스토리를 한참 뒤지더니 정애를 쏘아봤다.
"나랑 모텔에 투숙한 날, 내가 댁한테 전화 건 적 없는데?"
"그건 또 무슨 말... 이예요."
"내가 술에 취해서 댁한테 전화했대매."
"내가 그랬다구요?"
"그럼."
"그랬나 보죠. 그랬으니까 같이... 모텔에 갔, 왔지."
"사실대로 말하시지? 어떻게 돼서 나랑 이 모텔이 든 거요?"
"나더러 나오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나가 주고, 모텔까지 같이 와줬더니. 새삼스럽게."
"여기에 그 날 비슷한 시간에 나한테서 전화 받은 기록이 없는데?"
"무슨 말인지 난 몰라요."
"리시브드(received) 기록에 나한테서 전화 받았다는 게 없다구."
운진은 그녀의 셀폰을 침대에다 던졌다. "내 뒤를 쫓아다녔구만?"
"네에?" 정애가 놀란 눈을 했다.
"돈을 줬는데도 계속 가만 있지 않는 이유가 뭐요?"
"정말 말해요?"
"묻잖아."
"숙희랑... 안 헤어져요?"
"왜?" 운진은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숙희... 형편 없이 굴러먹은 애라고."
"그건 이제 나도 잘 알지. 그 이유로 헤어지라구?"
"어... 떻...게 그런 애하고 살아요? 수십 남자가 거처간 애 하고."
"그러는 당신은?"
"네?"
"내가 당신 남편에게 그 말을 해줄까? 당신 여편네 미국에서 애들 공부시킨답시고, 여러 남자와 돌아가며 동침한다고?"
"누가 여러 남자와 돌아가며 동침을 해! 내가 숙흰줄 알어?"
"당신 남편더러 헤어지라고 해줘?"
"이보세요!"
"딸애도 그러대. 이번에는 다른 아저씨네, 하고.... 애가 뭐가 되오?"
"댁 애들이나 잘 해요! 남의 애 걱정 말고. 체!"
"우리 딸내미들이야 다 시집갔고... 누가 또 있어야지. 옷 벗으슈."
"그 전화기! 인 내!"
정애가 운진에게 대들었다.
그녀는 그의 바지주머니를 뒤지려고 용을 썼다. "차시하고 더러운 수법을 어디다 쓰려고!"
운진은 정애를 간단히 쓰러뜨리고 내려다 봤다. "하기 전에 앙탈부리면 더 흥분하나?"
"어디서, 시이!" 정애가 몸부림치며 운진을 이러저리 노려봤다.
운진은 서슴없이 그러나 무시하는 동작으로 정애의 아담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제법 자극되는데, 그래!"
아! 정애가 인상을 썼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19-9x189 (1) | 2024.09.18 |
---|---|
pt.3 19-8x188 (1) | 2024.09.18 |
pt.3 19-6x186 (2) | 2024.09.18 |
pt.3 19-5x185 (4) | 2024.09.18 |
pt.3 19-4x184 (1) | 202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