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4-2x03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8. 04:36

   운진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숙희를 자꾸 고쳐 앉혔다. 
   "이제는 말하라니까?"
운진의 그 고함에 숙희가 대답 대신 소파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것을 운진이 잡아 앉혔다. "당신의 과거를 말하라는 게 아니요.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첫째, 당신 같은 이가... 뜬금없이 나 같은 놈을 찾아와서 결혼하자 한 진짜 이유요."
   "말했잖아. 자기를 늘 그리워 했다고."
   "그런 불쒯(bullshit) 같은 말은 이제 소용없고!"
   "무슨 말이 듣고 싶은데?"
   "나를 당신 곁에 계속 붙잡아 놓는 이유."
   "자기이!"
   "이건, 묵은 사랑이 되살아 나서?... 그런 게 아니요. 당신이 나와 결혼을 했고, 명실공히 부부인데... 의심스러운 행동을 전혀 의식없이 하는 것 같고. 이렇다 저렇다 설명도 없이 무조건 지난 일은 덮어버리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자..."
   "자기도 그런다고 했잖아."
   "당신... 아써 월래스, 뱅크 회장이란 자와 무슨 관계요?"
   "뭐? 누...구?"
   숙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무슨 관계냐니?"
   "경찰이 그 동안 당신 뒤를 아주 자세히 캤더구만."
   "내 뒤를?"
   "당신이 나와 결혼한 이 후에도 그 회장이란 자의 별장을 여러 남자와 같이 드나들었다 하고. 그리고 경찰이 당신 뒤를 쫓는 이유가..."
숙희의 눈이 어디를 봐야할지 몰라 마구 방황했다.
   "어떤 두 뱅크가 합병할 당시 투 빌리언을 훔쳐서 캘리포니아로 달아났대매?"
   "세상에..."
   "그 돈... 뱅크 돈인데, 당신이 훔쳐서는... 뭘 하는 거요?"
   "훔쳤다구? 훔친 거 아냐!"
   "어쨌거나 맞구만. 경찰이 헛수고를 하겠나."
   "경찰이 그걸 왜 파헤쳐?"
   "횡령. 절도."
   "아냐!"
   숙희가 울음을 터뜨렸다. "알트가 내 청춘을 짓밟은 댓가로! 아이..."
   "청춘을 짓밟아. 이제서야 실토하시누만? 흥!"
   이번에는 운진이 먼저 일어섰다. "Stop using me! (나를 이용하지 마시요!)"
숙희가 운진의 바짓가랭이를 잡았다. "어디 가!"
   "놔, 이사람아!"
   운진이 숙희의 팔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모가지 잡으러 오나 불안해서 잠도 못 자는구만! 빌리언이 무슨 뉘집 개 이름이야? 빌어먹을, 빌리언씩이나..."
숙희가 온 힘을 다해 운진의 바짓가랭이와 팔 하나에 매달렸다.
   "이 사람이? 당신 답지 않게 왜 이래!" 운진이 아무리 용을 써도 숙희가 죽을 힘을 다 해서 붙잡는데, 그는 그만 소파에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숙희가 운진의 목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매달렸다. "안 돼! 자기가 날 버리면 나 죽어! 가지 마, 자기!"
   "이거 놓고 말하지? 응? 좋게 말할 때 놔."
   "안 돼!"
   숙희는 정말 필사적으로 남편의 목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녀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야! 자기가 나한테 실망해서 가면, 나 죽어."
   "돈 때문에?"
   "응!" 숙희가 운진의 목에 더 매달렸다. 
   "그자가 당신의 청춘을 짓밟았고, 이제는 당신을 죽여?"
그 대목에서 숙희가 더욱 처절하게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잘못했어. 암말도 말고 용서해 준다고 해 줘."
   "뭔가 다른 게 더 있구만?"
   "말 못 해. 미안해."
   "됐네. 놔!" 운진은 그녀의 팔을 풀려 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4-4x034  (0) 2024.09.08
pt.3 4-3x033  (0) 2024.09.08
pt.3 4-1x031 집을 나가자  (0) 2024.09.08
pt.3 3-10x030  (1) 2024.09.08
pt.3 3-9x029  (4) 202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