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4-3x033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8. 04:38

   숙희는 지난 날을 제발 묻지 말라 지금부터라도 잘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울었다.
   "당신 어느 정도로 형편없는 여자였었어? 얘기하지 못 할 정도로?"
운진이 그렇게 빈정거리듯 말해도 숙희는 고개만 저으면서 울었다.
   "제발 묻지 말아 줘. 앞으로는 모든 거 다 말한다고 했잖아. 제발 묻지 말아 줘."
숙희는 운진과 살면서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때처럼 콧물 눈물 침이 범벅된 모습을 보이기 처음이었다. 빨가벗겨져서 가죽 혁대로 맞아도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았었는데.
그렇게 숙희는 운진에게 죽을 힘을 다해서 매달렸다.
   '그래... 과거에는 남자들 많이 바꿔 가면서 사귀었어. 하지만 자기랑 결혼하고 나서는 절대 한눈 팔지 않았어. 며칠 나가 있었던 동안에도 아무 일 없었어.' 그 거짓말이 그녀의 입 밖으로 나가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뱅뱅 돌았다. 
   "당신 주몰이라고 아나?"
   "주몰? 모르겠는데? 정말 몰라." 숙희는 눈물을 얼른얼른 딲았다.
   "걔는 당신을 알던데?"
   "주몰?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어. 누구야?"
   "흑인 앤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니지. 별명은, 싸이코."
   "아!"
   숙희는 등골로 강한 전류가 흐르는 착각을 가졌다. "이름이 주몰이야?'
   "걔가 당신이 내 와이프인 걸 일찍 알아서 무사히 보내주었다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당신은 알겠네?"
   "그 싸이코 이름이 주몰이야..." 숙희는 그 말만 반복했다.
   "당신을 어디서 만났다고 말했는데. 당신이 거길 왜 가 있었길래 걔가 당신을 발견하고 무사히 보내주었다고 하는데?"
   "..."
   "싸이코. 걔 말이, 당신 거기서 살았었고, 나와 결혼하고도 드나들었다 하더군."
숙희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군. 경찰이 본 대로."
   "하지만 싸이코... 걔... 주몰 말대로 아무 일 없었어."
   "최근에 나한테는 어디 가서 조사 받았다고 거짓말하고?"
   "잘못했어."
   "거짓말 한 거?"
   "잘못했어. 용서해 줘, 자기. 앞으론 안 그럴께." 숙희가 차라리 두 손으로 빌 자세였다.
   "내가 당신한테 투 빌리언 가치는 안 될 텐데... 생각 잘 하시요."
   "아니! 자기가 날 용서하고,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해주면 그까짓 내 청춘과 되바꾼 돈, 다 버릴 수 있어. 나 자기 사랑해!"
   "프로텤숀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무슨 말이든 다 들을께. 그래, 자기를 프로텤숀으로 택했어. 자기만이 나를 막아줄 사람으로 알고."
   "그걸... 날 뭘로 믿고."
   "김 선생님."
   "김... 사범?"
   "김 선생님이 나더러 그랬어. 자기한테 무조건 매달려서 살려 달라 하라고."
   "나더러 당신을 살려 달라 하라고?"
   "그래서 이렇게 자기한테 매달리는 거야. 그리고 나도 깨달았어. 자기만이 나를 프로텤숀 해 주고, 그래야 내가 살아 남는다는 것을."
운진의 시선이 다른 데로 옮아갔다. "뭐, 잘못 알고들 말하는 거 같은데."
   "아니! 자기가 버지니아에서 오면서 차를 어떻게 한 거 보고, 난 알았어. 자기 보통 사람들하고 다르다는 걸. 그래서 집에 와서는 자기 무서워서 나 방에 숨었었어."
   "나 무서워서?"
   "빨리 나 용서한다 그러고, 나랑 더 얘기해."
   "김흥섭이가 나에 대해 뭘 알아서?"
   "그런 사람들 눈에는 보이는 뭐가 있대매... 자기한테서."
   "놀구자빠져들 있네."
   운진은 김흥섭이란 자도 거슬려서 말은 그렇게 했으나 알아볼 건 알아보자 했다. "그 김흥섭이 하고는 무슨 관계요?"
   "교련 교관이라고 말했잖아."
   "말고. 관두쇼."
운진은 알트 월래스란 자의 권력이 어디까진가 궁금해졌다.
   은행장이라고 뽐내 봐야 그 디렠터한텐 고양이 앞에 쥐 아니겠어?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4-5x035  (1) 2024.09.08
pt.3 4-4x034  (0) 2024.09.08
pt.3 4-2x032  (1) 2024.09.08
pt.3 4-1x031 집을 나가자  (0) 2024.09.08
pt.3 3-10x030  (1) 202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