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에서 집으로 올 때 차로 우리를 어떻게 하려던 그치들, 당신이 처들어 올까 봐 무서워 하는 그 월래스의 쫄따구들인가?"
"쫄... 따구?"
"똘마니들이냐구."
"똘마니가 뭐야?"
운진이 눈을 감고 고개를 두어번 끄떡이다가 도로 떴다. "그래. 그런 단어 못 알아듣는다 치고. 당신은 내가 어떤 이름을 언급했는데. 즉 월래스란 이름을 직접 말했는데. 그것에 대한 반응이, 당신이 못 알아듣는 단어에 집착하는 그런 비겁을... 언제까지 보일 거요?"
"왜 나한테 그런... 내가 뭘 비겁해, 자기!"
"누가 사람을 시켜서! 당신을 어떻게 하려고! 버지니아에까지 알고 와서 기다렸는데! 당신, 그거 몰라?"
"아아. 자기가 사고낼 뻔 했던 그 차..."
"안 봤어?"
"뭐를? 내가 뭘 봤어야 해?"
"내가 그 차를 사고 나게 만들어서, 중앙 분리대를 받고 박살나던 장면을 못 봤단 말야? 내가 보니까 당신은 아예 몸을 돌려서 뒤를 보더만."
"뒤를 봤다고 다 보는 건 아니잖아."
"바로 우리 뒤에서 그 차가 쿵쿵 들이받고 도는 걸... 못 봤단 말이지."
"그게 그렇게 중요해?"
"그 차에 탄 자들이 월래스인가 하는 자의 부하들이었다 치고. 보아하니 당신을 데릴러 버지니아에 와 있다가 내가 나타나서 당신을 데리고 나오니..."
"그걸 자기가 어떻게 속속들이 그리 잘 알어?"
"주니어."
"주니어?"
"변호사가 디 씨에서 받은 릴리스 페이퍼에는 당신이 들어갔던 거기서 풀려날 거라고 되어있는데. 정작 당신은 버지니아에서 풀려나고 있었어. 그러면!"
"자기가 잘못 알고 엉뚱한 데로 갈 뻔한 거잖아."
"이 사람 보게... 정작 남편이나 가족은 당신이 디 씨에서 풀려나는줄 알았는데, 정작 제 삼자들은 당신이 버지니아에서 풀려날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자기는 왜 자신의 실수를 인정 안 해?"
운진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만 얘기합시다."
"얘기는 자기가 시작했잖아."
"당신처럼 쑈 하기도 참... 보통 사람 머리 갖고는 감히 못 할 거요."
"자기 참 비꼬는데 뭐 있네?"
"그 좋은 머리 나한테 쓰려하지 말고 다른 데에 쓰시요. 난 당신의 머리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소."
"인정할 건 인정해."
"에잇, 비굴덩어리야!"
운진이 그렇게 소리질렀는데, 숙희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운진은 그러한 숙희를 보며 흥! 하고 웃었다. "비굴덩어리라는 말, 많이 들으며 살지?"
숙희는 콧물을 훔쳤다.
운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숙희가 고개를 숙인 채 그의 팔을 찾아서 잡았다. "어디 가?"
"놔!"
운진이 숙희의 손길을 뿌리쳤다. "나를 그만 이용하시지. 프로텤숀씩이나!"
"자기!"
운진이 지하실에서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하는데 숙희가 얼른 따라 붙었다.
"뭐야!"
"아. 화장실 가?" 숙희가 조금 주춤했다.
운진은 계단 끝의 문을 확 밀어서 열었다.
그 문이 열리면서 무언가를 쾅 하고 때렸다.
숙희는 조그맣게 어머 하고 놀라는 척 했다.
운진은 지금 당장 나가자 하기에는 딸들이 걸렸다.
지저스! 아냐, 애들과 깨놓고 의논하자!
숙희가 마치 지하실에서 탈출하듯 남편 뒤에 따라붙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4-6x036 (1) | 2024.09.08 |
---|---|
pt.3 4-5x035 (1) | 2024.09.08 |
pt.3 4-3x033 (0) | 2024.09.08 |
pt.3 4-2x032 (1) | 2024.09.08 |
pt.3 4-1x031 집을 나가자 (0) | 2024.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