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방으로 올라가는 게 싫어서 리빙룸 소파에 누우려 했다.
숙희가 얼른 앉으며 그로 하여금 못 눕게 하는 건지 아니면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우라는 건지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운진은 눕는 대신 앉았다.
"근데 자기는 내가 버지니아에 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숙희가 그의 손을 찾아서 잡으려고 했다.
운진이 손길을 피했다. "몰라!"
숙희는 무안해진 것을 감추려고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챌리 보이 프렌드가 가르쳐 줬나 부지? 아까 주니어 어쩌고 했잖아."
"당신에 대해서, 아니, 과거 당신이 어떤 여자였었는가에 대해서 온세상이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나에 대해서 뭘?"
"알고 싶지 않소. 말하지 마시요."
"그러면서 왜 자꾸 요리 묻고 조리 묻고 하는데?"
"이제부턴 안 물어볼 테니, 당신도 요리 돌리고 조리 돌리는 말 나한테 하지 마시요."
운진이 소파 등에 머리를 뉘이고 눈을 감았다.
숙희는 울면서 말하고 있다. "제일 먼저, 나, 알트의 정부였어. 자기를 처음 만나서 데이트하던 동안에도 난, 출근하면 그의 시중을 들고, 그가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했어."
"성상납도?"
"응."
"그 때 집을 뛰쳐나왔을 때... 수키가 날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면 나한테 왔겠지."
"정말은..."
"나 당신하고 결혼하고 싶다 한 바람에 집에서 쫓겨났소.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렇게 나왔어야 순서인 거지. 우리끼리는 오션 씨티를 끝으로 헤어졌다고. 갈 데 없다고, 은행장의 수하로 들어가서..."
운진이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뭐가 먼전지 모르는 여자하고 나도, 참..."
"나, 사실은, 알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어."
"나와의 결혼 허락을 집안 어른들한테 받는 게 아니라, 정부로 행하니, 그자한테 허락을 물었다가..."
"고문보다 더한 몰매 맞았어."
"집에다가는 그자의 정부라고 허락 받았소?"
"아니."
"나까지도 속이고, 양심에 찔려서 그자한테 도로 돌아간 게 아니고?"
"아냐. 집에서 허락했어도 알트에게 말해야 했어. 그 당시는 그랬어."
"흥흥흥! 집에서 허락했으면 당연히 나한테 알려서 허락 받아냈으니 당신은 어떻게 된 거요, 하고 말했어야지. 허락 받았어도 그자의 허락을 또 받았어야 했다?"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니까?"
"아니."
"아니라구?"
"당신은 그 사회물을 먹고, 똥폼만 잔뜩 들어가지고, 나 같은 놈은 안중에도 없었겠지. 은행장의 정부 정도였으면, 한눈 팔았다가 매도 맞았겠지만, 돈도 풍족했을 거고. 나중에 설이에게 들었지만, 아마 캘리포니아로 가기 직전까지 살았다던 칸도도 얻은 거였겠지."
"콘도는... 내 돈으로 산 거야."
"됐시다. 관심 없고."
숙희는 섣불리 고백했다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본다. "나... 자기 사랑했어."
"사랑? 당신한테는 돈이 먼저였겠지."
숙희는 손 하나를 가만히 뻗어서 남편의 손을 찾아 쥐려했다.
그런데 그가 '으음!' 하고, 큰기침을 하며 손을 치우는 것이었다.
숙희는 남편을 봤다.
운진은 눈을 감고 있는데,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있는 상태였다.
'어쨌거나 오늘 밤 이 이를 감시 안 하면, 집을 나가버리고 영영 잃을지 모른다.'
숙희는 개리가 들려준 말을 상기했다. 그를 섣불리 밖에다 노출시키지 마시요...
나한테는 안 보이는 뭐가 이 이한테 있어서 다들 그렇게 말할까?
사실 내가 이 이를 택한 이 후로 다들 가만 있다. 왤까...
팦은 이 이를 얼마나 알았다고 죽이려 했을까?
어쨌거나 이 이를 못 나가도록 붙잡아야 내가 산다!
그러나 운진은 나갈 생각을 굳히는 중이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3 4-7x037 (0) | 2024.09.08 |
---|---|
pt.3 4-6x036 (1) | 2024.09.08 |
pt.3 4-4x034 (0) | 2024.09.08 |
pt.3 4-3x033 (0) | 2024.09.08 |
pt.3 4-2x032 (1) | 2024.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