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가 가르쳐 주는 교훈
숙희가 올라가자고 한번 더 말하니 운진이 움직였다.
"참! 문 잠겼나?" 운진이 현관쪽으로 돌아섰다.
숙희는 잡았던 그의 팔을 놓았다. "아래 위로 꼭꼭 잠궈."
"흐흐흐! 거 이상하게 들리네."
운진이 문을 열심히 잠그고 오니 숙희가 그를 지하실 쪽으로 밀었다.
"자기. 술... 쪼끔만 만들어 와봐 봐."
"두 잔?"
"아니. 자기꺼 쪼끔만. 많인 말구."
"난 한번 마시면 많이 마시는데?"
"싫어. 쪼끔만 해."
"이상하군. 나 보다 주량이 더 쎈 사람이 갑자기 왜 그래."
둘은 작은 글래쓰에 위스키와 진저에일을 조금 섞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엉덩이를 부딪히며 또 약간씩 밀며 계단을 올랐다.
"챌리, 코트 하나 사줄까? 맨날 같은 것만 입고 다니는데."
숙희는 침대 자리를 펼치는 운진의 등에 대고 말했다. "나하고 사이즈가 같으면 내꺼 중에서 줄 만한 거 많은데."
운진이 침대 시트를 밀다가 정지했다.
'이 이가 그랬다고 또 화내나?'
숙희는 괜히 가슴이 철렁했다. '내꺼 준다는 게 뭐 잘못된 말이야?'
운진은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챌리가 늘 그러대. 새엄마처럼 키 커서 늘씬하면 가죽 코트부터 달랠 텐데 속상하다구."
"걔는... 아빠가 작어?"
"걔 아빠... 작은 편은 아닌데. 키가 안 크네."
"킴벌리는 자기 닮았나 봐. 엄말 안 닮구."
"엄마를... 본 적이 있나, 당신이?"
"옛날에, 뭐... 성가대 있었을 때 두어번?"
숙희는 영란에게 똑바로 걸어간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아!" 영란이 지레 놀라는 시늉을 한다.
"우리 운진씨한테 자꾸 연락하고 하지 마세요."
"왜요?"
"그이는 맘이 여려서 거절을 못 하나 본데, 실은 나랑 약속한 사이예요."
"그런 말 안 하던데..."
"지금 내가 말하고 있죠? 그이한테 만나자느니 하는 연락하지 마세요."
그 당시 그랬어야 하는 건데...
"자기!"
숙희가 운진의 등짝을 때렸다. "나 질투 나."
운진이 맞는 김에 침대에 엎드렸다. "질투?"
"이십 몇년 간 부인이랑 침대 펴주고 같이 눕고 했을 거 아냐!"
"뭐... 처음만..."
"어쨌든! 주로 자기가 벗겼어, 아니면, 그 여자가 벗었어?"
"어, 얘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숙희가 운진의 옆에 바짝 붙어누웠다. "사실은 나, 누가 옷 벗기려 하면 간지러워서 내가 늘 먼저 벗었었는데 오늘... 자기가 나 벗겨줄래?"
"벗겨주면?"
"기분이 어떤가 느껴보고 싶어서."
운진이 머리만 들아서 문께를 봤다. "문 잘 잠겼나?"
"나 참아볼께, 살살 벗겨줘 봐."
그런데 운진의 손이 잠옷 윗것에 가 닿으니 숙희가 그 큰 몸을 도르르 말았다. "간지러!"
그래서 운진은 이번에는 그녀의 잠옷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가 그의 몸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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