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남편 곁에 더 다가가 앉았다.
"나 힘들게 살아온 거 알면... 나한테 좀 잘 해주면 안 돼?"
"일찍 올라가서 쉬재매."
"그런데?"
"그래서... 방에 데려다 주려고 일어서는 사람을 도로 앉히고 뭐라 했나?"
"방에... 데려다 줘? 내가 어린애야?"
"혼자 올라가라 하기가 좀 그래서... 데려다 주려고 했지. 아니면 관두쇼."
"자긴, 참..."
"이번엔 또 뭔가?"
"왜!"
숙희가 소리를 지르니 운진은 그녀를 쳐다봤다. "..."
"아냐. 또 나 혼자 자격지심으로 그런 건가?"
"당신 먼저 쉬러 올라가는데 나도 꼭 같이 가서... 잠이 안 와도 같이 누워있어야 하나?"
"그래 주면 또 안 돼?"
"그럽시다, 그럼. 당신 먼저 잠들고 나 내려와서 술 한잔 해도 되면."
"내가 먼저 자기 술 안 하냐고 물었잖아."
"당신은 안 한다며."
"그랬... 지."
"그럼, 나 혼자 술 한잔 하는 거, 구경할 텐가?"
"그럼 안 돼?"
"별일이군."
"뭐가?"
"당신이 술을 사양하고."
"그냥... 생각없어서."
"..."
"그럼 안 돼?"
"내 비로소 말하는데..."
"뭘?"
"당신, 가까이서 가만 보면..."
"가만 보면, 뭐!"
"참 매력있는 여자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그냥 들으시요."
"그 말... 진짜... 자기한테서 처음 듣는다. 알어?"
"늘 그렇게 생각해 왔고,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은 참 아름다운 여자인데, 나한테는 과분한 여자다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해."
숙희의 얼굴이 환히 펴졌다. "자기 지금 나 꼬시니?"
"흐흐흐!"
운진이 시작은 조금 수줍게 웃다가 옆으로 기울여지며 계속 웃었다. "그렇게 꼬시나?"
숙희는 그의 눕는 몸 위에다 몸을 실었다. "나한테 프로포즈 해?"
"그냥 느낌을 말했을 뿐..."
숙희는 운진을 바로 뉘이고 그의 몸 위로 기어 올라갔다. "내가 이 말 하면... 자기가 또 화낼지 모르지만, 나 말할래."
"하시요."
"나 전에는... 여러 남자들한테서 그 말 들으며... 때로는 깊은 관계까지도 갔었는데."
숙희는 그의 눈을 들여다봤다. "내 말의 결론은... 그래도 자기를 못 잊겠더라."
운진이 숙희를 가만히 안았다. "난... 생각이 그냥 생각으로만 끝납디다."
"왠줄 알어?"
"..."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증거거든."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는 올려다 보지도 말자였소."
"난... 비굴덩어리였어서... 자기한테 차마 사실대로 말 못 했었어."
숙희는 이 순간만은 그에게 진심을 말한다고 스스로 여겼다. "진짜 버림 받을까 봐."
"나... 한테서?"
"날 알게 되면 틀림없이 헤어지자 할 거였으니까."
"나한테 물어는 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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