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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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9. 06:49

   숙희는 숫제 욕을 해대는 모친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그녀는 집에서 쓰는 하늘색 혼다 차에 올라탄다.
그녀는 단숨에 운진이 사는 집으로 차를 몬다.
운진은 집 앞 잔디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가 숙희의 차가 와 멎는 것을 본다.
숙희가 차에서 내려서는 그에게로 곧장 간다. "어쩔 거예요!"
   "우리집엔 웬일로..." 운진은 숙희만 대하면 몸을 도사린다.
   "나 집 나왔어요."
   "왜요!"
   "엄마가 나가래요."
   "아니, 무슨 엄마가 딸보고 나가래요? 아니, 나가서 어떡하라고?"
   "그러니까 운진씨가 날 책임지세요."
   "들어오세요!"
운진이 숙희의 손을 거머잡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숙희는 잠깐 잠깐 하면서도 끌려 들어간다.
   "엄마아!"
   운진이 집 안에다가 대고 소리부터 지른다. "여기 숙희씨 왔는데!"
안에서 욕이 날아온다. "그 년이 우리집엘 왜 왔대!"
운진이 숙희의 손을 확 잡아 끌어서 집을 나선다. "나도 집 나갈 거요!"
숙희는 혼다 차를 버리고 운진의 추렄에 올라탄다.
   "우리 펜실배니아부터 좀 가요."
   "아예 글루 갑시다. 아예 집동네에서 머얼리!"
   운진이 평상 시와는 달리 용감하게 추렄을 출발시킨다. "펜실배니아는 살기가 어때요?"
   "거기에... 내 딸이 있어요."
전에 숙희가 상상했을 때의 운진은 에밀리를 인정하듯 이름도 묻고 안기도 했는데...
   "딸이요? 그럼, 결혼했었어요?"
   "아니요! 어쩔 수 없었어요... 강제로 당해서... 임신됐는데."
   "몇살인데요?"
   "지금... 세살인가?"
   "아니, 엄마가 딸 나이도 제대로 몰라요?"
   "내가 원해서 생긴 애가 아니라... 서. 걔만 생각하면 죽고 싶어요. 그 때 당했을 때의 기억만 나서..."
   "그래도 엄만데."
   "거기 가서 운진씨 맘 변하면 나 내려주고 도로 와요."
   "거기에 누가 있는데요?"
   "하긴 어쩌면... 아직 거기 살고 있겠다."
   "애 아빠요?"
   "네."
   "같이 안 사는군요?"
   "애는 고모네다 맡겼는데... 지금은 어찌됐는지."
   "빨리 가봐야겠는데?"
운진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올린다.
   "나한테 딸이 있다니까 실망했나 봐요?"
   "실망 안 했다면 거짓말장이겠죠. 그래도 숙희씨가 용감하네요. 미리 말을 하니까."
   "미안해요. 숨기려고 한 건 아닌데, 말할 기회도 없었구."
   "미국 남자예요? 상대가?"
   "네. 거기서 대학 다닐 때."
   "나쁜 새끼들! 보나마나 동양 여자니까 깔보고 그랬겠구만!"
   "깔본 건.... 아닐 텐데."
   "아니면 숙희씨가 미국놈이라니까 덥석 빠졌던가."
   "그런 것도 아닌데." 
숙희는 속으로 고개를 젓는다.
숙희는 옛일을 이랬으면 저랬으면 상상할 때마다 안 좋은 장면만 연상되어 역시 두렵다.
   이제 간신히 그이를 가라앉혀 놨는데, 에밀리가 나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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