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의 손이 숙희의 스테이크 위에다 스테이크 소스 병을 흔들어서 부지런히 덜어준다.
"참, 자기!"
"예스."
"좀 있으면 챌리 생일이야. 알고 있어?"
"오, 그런가?" 딸 얘기가 나오니 그의 얼굴 표정이 펴졌다.
"뭐... 선물할 거 생각해 놨어?"
"당신이 알아서 좀 해 주지?"
"그래? 알았어."
숙희가 새 고기를 썰으니 소스 병이 노출된 살코기 위를 지나갔다. "잘 구웠다아! 자기, 음식 잘 하네?"
"내가 하나? 오븐이 하지."
"흐흐. 그래두."
"탄 거 서브하면 안 좋을까 봐 그거 맞추느라 애 좀 썼지."
"탄 거, 몸에 안 좋지?"
숙희는 그 말을 하면서 가슴이 저려왔다. "그래..."
그 날 저녁, 챌리가 귀가하자마자 이층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마침 샤워를 막 마친 뒤의 숙희는 타올로 급히 앞만 가렸다. "얘는! 노클 해야지!"
"우와아! 엄마 진짜 글래머다아!"
챌리가 새엄마의 엉덩이며 벗은 등을 훑어봤다. "I'm jealous! (샘 나!)"
"떽끼!"
챌리가 약장을 열고 들들 뒤졌다.
"뭐 찾니?"
"패드!"
챌리가 생리대 통을 꺼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인제 이거 안 써?"
"엉?"
"I used the last open box. (내가 마지막 열린 밬스를 썼는데.)"
챌리가 새 패드 밬스를 가지고 나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마터면...'
숙희는 저도 모르게 타올로 가린 배를 내려다봤다. '닥터를 만나봐야 하나?'
챌리와 킴벌리가 저녁 늦게 나갔다.
챌리의 남자 친구 개리 주니어가 여자 친구 챌리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데 아예 와서 지적하란다고.
그래서 자매가 신이 나서 나갔다.
그래서 숙희는 다 저녁에 남편과 둘이만 남게 되었다.
운진은 샤워를 마친 위에 긴 가운만 걸치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자기, 술 안 해?"
숙희는 운진 곁에 바짝 붙어 앉았다. "한잔 하지?"
"당신도 할 건가?"
"아니! 난 안 할래."
"그럼, 일찍 올라가서 쉬지?"
"자기두."
운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숙희를 올려다봤다.
숙희는 그러한 남편의 이마에다가 입술을 갖다댔다. "맛있었던 스테이크. 보답하려구."
운진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몸을 움직였다.
"자기!"
숙희는 운진의 소매를 잡았다.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뭘?"
"아직도 내가 자기한테 가까이 하는 게 싫으면... 알았다구."
"당신... 참..."
"나, 참, 뭐?"
"참 힘들게 산다고."
그의 말에 숙희는 눈물이 또 핑 돌았다. "알면 나 좀 맘 편하게 해 줄 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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