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사뭇 경건한 마음으로 남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툭 하면 옛생각과 옛버릇이 나와서 흥이 오르면 저 혼자 마구 교성을 질러대며 난리를 피우던 반응을 딱 끊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뱃속에서 자라기 시작하고 있는 아기에게 행여나 피해가 갈까 봐 창조주께서 여자에게 심어주신, 여자들 특유의 무의식적으로 조심하려는 본능도 작용했다.
숙희는 너무 깊이 삽입되면 어쩌나 겁이 나면서 저도 모르게 은근히 조바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오래 전부터 아무하고든 가장 좋아하던 체위를 사양했다.
그 체위는 삽입이 더 깊게 되기 때문에.
"그냥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애. 갑자기 뒤로 하기가 부끄러우네?"
숙희는 남편의 상체를 두 팔로 잡고 두 다리로 그의 하체를 잠그듯 감았다. "그냥 이대로 자기 하다가 하고 싶을 때 해. 난 다 좋아."
운진은 가끔씩 지나친 모숀으로 놀래키곤 하던 아내가 갑자기 얌전떠니까 처음 한동안은 되려 불쾌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뒤로 하면 완전 클라이맼스가 되어 좋아하는 그녀가 그 체위를 사양하고 게다가 부끄럽다고 하니 이상한 의심이 들었다.
그런 것도 잠시 운진은 아내가 얌전히 섹스를 받아 들이려는 태도인 것을 알고는 울화처럼 솟구치곤 하던 어떤 분노가 차차 갈아앉았다.
운진이 결국 사정을 했는데, 그 느낌에 평소 같았으면 집이 떠나가라고 교성을 질러대던 숙희가 앗! 소리만 내고는 입을 제 손으로 틀어막았다.
"오늘은 양이 좀 많은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그대로 있어, 자기."
숙희가 다리를 꼭 여미고, 눈으로는 남편의 눈을 찾았다. "좋았어?"
"음."
"난 더 좋았어."
"그랬어?" 비로소 운진이 웃었다.
"아! 이제 자기가 웃네? 좋아!"
"내가 웃으니 좋아?"
"응! 이제 자기가 웃으니 맘이 놓여. 맨날..."
"맨날, 뭐?"
"자기의... 아니! 말 안 할래. 그냥 이대로 지금부터 좋은 것만 간직할래."
숙희는 복받치는 환희가 콧노래로 나왔다. "자기! 자기 노래 할 줄 알어?"
"우리, 왕년에 성가대에 같이 올라갔던 사람들... 아니었나?"
"오오! 맞다!"
"당신, 그 당시 메조 소프라노... 최고였는데."
"에? 그건 아니다..."
"적어도 내 귀에는."
"우리... 가라오께 살까?"
"하하하! 진정이야?"
"응! 우리 그거 사서 같이 노래 부르자."
"당신 맘대루 하시요. 별 일이네."
"자기가 좋아져서."
숙희는 두려움이 싹 가셔지는 것을 느꼈다. "이젠 내 맘이 든든해."
"그래. 말이라도 고맙군."
운진의 마음도 풀어지며 열렸다.
숙희가 운진과 눈을 마주치려 하며 이제는 가식이 아니라는 감정을 보내려고 애썼다.
'진작에 내가 솔직했더라면 이 사람의 마음을 더 일찍 갖는 거였는데...'
'그를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이렇게 편한 것을...'
"고마워, 자기. 나를 다시 받아줘서."
"나도 고맙소. 그리고 미안하오."
"나도 미안해."
"이제 우리 부부가 단단히 결합된 걸 남들이 보면 달리 생각하겠지."
그의 그 말에 그녀는 동작이 굳었다.
디렠터의 말이 이 뜻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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