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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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9. 06:54

   숙희가 남자들의 품을 옮겨다니면서 찾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이상하게 같은 한국인 남자보다는 미국인 남자들과 더 잘 맞는다고 여겼다. 
그것은 비단 그녀의 첫남자가 미국인이서라기 보다는 한국인 남자들 하면 의례히 아빠 같이 겉으로는 점잖은 체 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서슴치 않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자라서 그랬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녀가 알트에게서 이틀 휴가을 얻어 집으로 오는 길에 따끈한 커피나 차를 한잔 하려고 집에서 한참 못 미치는 어느 샤핑 센터의 도넛집에 들렀었는데, 그녀는 거기서 아빠가 어떤 여인과 아주 나란히 앉아서 아주 다정히 대화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친엄마를 버리고 공희 엄마와 합친 아빠가 또 다른 여자와.
그 길로 그녀는 알트의 별장으로 되돌아갔다.

   딸은 아빠를 보고 자라면서 어려서는 보이에 대해서 그리고 자라면서는 맨에 대해서 선입감과 편견을 갖는다고 했다. 
아들들이 엄마들을 장래의 여자로 본따는 것처럼.
대학에 갓 들어간 딸을 시내로 데리고 나가 첫술을 사 주던 아빠의 모습을 잊지않는 숙희에게 차차 배워지는 아빠란 인물은 가식덩어리였다.   
그리고 그녀가 여러 미국인 남자들을 오가며 터득한 것은 끝내 돌아오는 배신뿐이었다.
그녀가 터득한 남자에 대한 감정은 오로지 셐스와 돈이 모두였다.

   숙희는 잠을 청하는지 눈을 꾹 감고있는 남편의 가슴으로 달라붙었다. "자기, 자?"
   "자자며."
   "술 가져온 거 안 마셔?"
   "안 마셔. 당신 마시던가."
   "나도 그냥 싫네."
   "이제부터는 밤새는 거 하지 말자구."
   "알았어."
   "..."
   "자기."
   "음."
   "자기, 나 사랑해?"
운진은 눈을 확 떴다. 이제는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건가?
   '왜 아빠는 새엄마를 보는 그대로 사랑 안 해?' 챌리가 귀에다 대고 말하고 있다. 
   '보는 그대로라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라는 말이잖아.' 
운진은 몸을 돌려서 아내를 마주했다.
숙희가 좀 더 달라붙었다. "응?"
운진의 눈가에 웃음기가 올라왔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면... 내 부탁 들어줄 거요?"
   "사랑하는데, 부탁이 있어?"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싶은데, 가로막는 게 있어서."
   "그게 뭔데?"
   "당신이 현재... 가장..."
   "말해 봐. 뭔데?"
   "현재 경찰이 쫓고 또 당신이 누가 잡으러 올까 봐 가장 두려워 하는 그 돈... 버리라고."
숙희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게 왜... 연관이 있지?"
   "당신이 그것 때문에 두려워하고 아무 것도 못 하는 이상...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 하고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 해도... 우리 사이는 삐꺽거릴 수 밖에 없겠던데."
   "그 돈은... 자기가 상관 안 해도 되는데."
   "결국에 가서는... 당신이 그 돈 훔친 것 때문에 화를 당할 테고.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않을 것 같은데. 좀 유치한 질문이지만, 돈이요, 나요?"
허걱!
숙희는 개리의 말이 떠올라서 숨이 막혔다.
그는 당신이 돈 때문에 목숨을 잃어도 상관 안 하겠군 하던 개리의 말이 그녀의 숨통을 막았다.
   "우리 돈 필요하잖아. 아냐?"
그녀의 말에 운진은 마음이 또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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