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장사가 좋은가 봐?"
"정직하게만 하면 늘 그 손님이 오니까."
"장사를 그렇게 했으면서 지겹지 않어?"
"당신을 만나고 얼떨결에 처분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후회되네."
"어... 후회?"
"좀 더 살려볼 수도 있었는데."
"자기 그런 거 보면 좀 이상해."
"뭐가?"
"그 때는 할 수가 없었어서 싸게 처분해 놓고는 이제 와서 다른 소리 하는 거."
"그 때는 내가 아마 당신한테 완전히 미쳐가지고 아무 것도 안 보였나 봐."
"허! 듣기 나름이다?"
둘은 나란히 누워서 어두운 천장을 말똥말똥 올려다 봤다.
"자기, 정말 눈에 아무 것도 안 보일 정도로 사랑에 빠져봤어?"
"아무 것도 안 보일 정도로?"
운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영아...'
"부인이랑?"
"그 사람... 하고는. 글쎄? 사랑했다고는 해야하... 겠지?"
"허! 무덤에서 섭섭하겠네."
"그 사람의 행적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글쎄... 사랑했을 거요."
"행적... 알고 나서는, 달라졌어?"
"이혼했다가... 나중에 다시 합쳤지."
"애들 땜에?"
숙희의 얼굴이 운진에게로 돌아왔다. "그 때가 언젠데?"
"그 사람이 암으로 죽기 얼마 전."
숙희가 머리를 들려 했다. "그럼! 암에 걸린 사람하고 이혼했어?"
"그 때는 아무도 몰랐지... 그 사람도, 나도."
"우와아! 자기, 참 특이하다아."
"심지어 그 여자와 같이 살던 자도 몰랐지."
"어머!"
숙희가 결국 상반신을 일으켰다. "남자 때문에 이혼한 거야?"
운진은 이제는 웃을 수 있었다. '조가새끼... 지금 어디서 뭘 하나?'
숙희가 도로 누우면서 뜻도 모를 한숨 소리를 냈다.
"이러다 또 밤 새겠네. 그만 잡시다." 운진이 시트를 끌어당겼다.
숙희가 그러한 남편의 동작을 손짓으로 중단시켰다. "또 돌아누우려 그러지!"
"그래야 자세가 편해서 잠이 오는 걸 어쩌나, 그럼."
"그럼, 나랑 자리 바꿔 누워. 그리고 날 보고 누우면 되잖아."
"허, 거 참!"
운진은 그녀의 몸을 올라타며 자리를 바꿔 누웠다.
그런데 그녀가 대번에 일어나 앉았다. "도로 바꿔."
"왜?"
"이 자린 푹 꺼져서 허리가 아퍼."
"허, 거 참!"
이번에는 숙희가 남편의 몸을 타고 넘어서 자리를 도로 바꿨다.
이럴 때만큼은 여늬 부부처럼 장난끼가 넘쳤다.
두 사람은 일단 반듯이 누워서 눈을 감았다.
둘의 머릿속으로 순간순간 천만가지 장면들이 스쳐갔다.
"자기."
숙희가 눈을 감은 채 불렀다. "자?"
"잡시다. 내일 아침 애들 출근하는 거 봐줘야지."
"독 이트 독 월드... 라고 하잖아. 남녀의 사랑에도 그거 통할까?"
"이 놈이 저 놈을 잡아 먹어야 그 여자의 사랑을 탈취하나?"
"안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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