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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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9. 06:55

   "사랑하는 데 조건이나 부탁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운진은 말이 나온 김에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당신이 어떤 일에든지 연루되어서 곤욕을 치룬다 할 때, 내가 소위 남편이면서 아무 도움도 못 되어 준다면... 그것보다 비참한 건 없을 거야. 아닌 말로..."
숙희가 조금 서운해졌던 마음을 다시 남편에게로 보냈다. 
   "현재 경찰이 몇몇 남자들의 명단을 작성해서는 당신이 그들과 돌아가며 만나고 어떤 음모를 꾸미는지 수사 중인데... 내가 수수방관한다면... 그건 부부가 아니지."
   "난 자기가 인벌브 되는 게 싫어."
   "그런 마음이 있다면... 그건 나를 남편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니까."
   "그럼, 다 말해?"
   "다 말하라는 것도 있고, 또... 다 버리라고 하고 있잖아."
   "우선... 내가 전에 어울렸던 남자들 중에서 아직 못 끊는 남자가 있는데..."
   "아직 못끊는다는 범위가... 아직도 잠자리를 한다는 말인가?"
   "노! 그런 건 절대 아냐, 자기! 말 그렇게 하지 마! 나 그 정도로 형편없는 여자 아냐!"
   "나하고 결혼한 이후로는... 다른 남자와 같이 잔 적 없다?"
   "노! 나 화낸다? 누가 뭐래든, 내가 과거에야 어쨌든, 자기랑 결혼하고는 절대 다른 남자와 자지 않았어! 자기, 나쁜 생각 많이 하나 봐?" 그녀는 자신에게도 거짓말 하는 것이 싫어서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만나는 것은 계속하고 있다?"
   "...응."
   "이유는?"
   "..."
   "비지네스 내지는 돈 때문이잖아."
   "맞어."
   "그 돈이... 결국 올가미가 되어서 당신이 몸으로 막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신은 그 때 가서 어떡할래?"
   "난 자기와 결혼한 몸인데... 그래서는 안 되겠지."
그렇게 말하는 숙희의 귀에 회계사 아담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냥은 안 되겠는데...
   그래서 그녀는 제레미에게는 급한 볼 일이 있다 하고는 아담을 사무실에서 만나 한번 대주었는데. 
그리고 그녀는 집에 급히 돌아와서 팬티만 갈아입고 제레미가 기다리는 건물로 돌아갔는데.
   "안 되는 걸 알지만, 남자새끼들이 다 생각이 똑같아서, 당신 보고 양자택일을 하라면... 즉 치사하게 몸으로 떼우라고 나온다면, 당신 말마따나 당신의 청춘을 빼앗긴 보상으로 훔쳤든 빼앗았든 갖고 있는 돈을 도로 주느냐, 남편과 헤어지며까지 몸으로 떼워서 돈을 킾(keep) 하느냐,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당신의 참모습이 나오겠구만."
   "..."
숙희는 묘한 황홀경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개리가 한 말 하고 똑같이 하네? 그게 남자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수준인가?' 
운진은 결국 아내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숙희는 천장을 뚫어져라고 올려다봤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질 때, 나는 어떻게 할 건지 나도 나를 모르겠네. "자기, 나 좀 봐봐."
   "말하시게. 귀는 열려 있으니까."
   "나 좀 보라니끼?"
   "..."
   운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돌려서 아내를 마주했다. "자! 됐소?"
   "자기, 나간다고 나 보고 돈 해 내라고 했을 때, 진심이었어?"
   "그 때는..."
   "지금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안 그럴려고 해도 자꾸 그래지네."
   "내가 어떡하면 돼?"
   "그... 경찰도 쫓고, 여러 새끼들이 노리는, 돈... 갖다 버려."
   "그러면."
   "그리고 나랑 홀가분하게 뭐 장사라도 하면서 편안하게 살자구."
숙희는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는데 내버려 두었다. 
   투 빌리언 달라와 당신?
   "아니면, 말고."
   "내가 끝끝내 돈에 대한 집착을 안 버리면?"
   "내가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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