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고 싶은 이유와 용서해야 하는 핑게
숙희는 아담의 셀폰에다 수십번도 넘게 통화를 시도했다.
돈이 은행에서 없어지자마자 그녀가 제일 먼저 접촉을 시도한 이가 그래도 아담이다.
그가 회계사이며 자산관리인이므로.
알트의 지시에 의해 그 부하들로부터 거의 초죽음 되도록 몰매 맞고 어디론가 실려가서 버려진 애담이 응답에 나올리 만무.
그녀가 배터리가 줄어들도록 걸어댄 아담의 셀폰은 정작 알트의 손 안에 있었다.
[이 여자가 이 셀폰에다 전화를 계속 하는 걸 보니... 애담의 시체를 아직 못 봤나 본데? 만일 봤으면, 그리고 내가 의심스러우면, 나한테 전화할 건데?]
알트가 쑤를 언급하며 전처럼 빗치(년)라던지 호어(창녀)라 하지않고 디스 워먼(이 여자) 이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쑤의 남편을 의식하는 듯 애담의 셀폰을 책상 위로 던졌다. [남편이란 자가 이런 걸 알면 가만 안 있을텐데, 아직도 모르나?]
"He's not home yet, Sir! (그는 아직 집에 없습니다!)"
[술가게에도 안 가 있다 하고... 그 자가 그 외 갈 만한 테는 다 찾아봤나?]
[그가 가끔 만나곤 했던, 그, 푸드 코트에서 보던 여자는 그 곳에 더 이상 일 안 합니다.]
[그 여자 사는 곳에는?]
알트의 그 말에 그의 심복 두명이 서로 흘낏 봤다.
"What... (뭐.)" 알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피었다.
[그 곳에는 다른 코리안 사내가 드나듭니다.]
[흠... 혹시 우디란 자... 집 안에 숨어서 우리를 속이려는 건 아닐까?]
알트의 그 말에 심복 두 명이 고개를 끄떡였다.
[어쨋든 쑤의 남편이 땡쓰기빙 할리데이 지나고 연락하자 했으니까, 기다려 보자구.]
알트가 선-어브-어-비치(개새끼)라든지 애쓰홀(멍청이)라고 부르던 우디를 잇츠(그것의) 남편 새끼라고 하지않고 쑤의 남편으로 불렀다. [쑤 같이 꼭 막혀서 딜(deal) 안 하려고 드는 타잎은 아닐... 것 같아서 말야. 나한테는 현재 그에 대한 큰 기대 외에는 없으니까.]
알트가 그레이트 잌스펰테이숀(great expectation)이라고 언급했다.
부하들이 알트의 말이 끝나자 움직였다.
알트는 땡쓰기빙 할리데이가 끝나고 귀사하면 중역진에서 모종의 움직임을 도모할 거라는 정보를 이미 들었다.
'쑤를 처치하고 돈을 못 빼앗을 바에야 남편이란 자하고 흥정을 해 봐야지! 아니면...'
흔히 말하길 든 사람은 잘 몰라도 난 사람은 얼른 느낀다고 했다.
집 대지가 스무 에에커가 넘고, 집 평수가 오천 스퀘어 피트가 조금 넘는 저택에서 숙희는 운진과 그의 두 딸과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챌리와 킴벌리가 거의 동시에 집을 떠나도 외롭지 않았다.
남편이 남처럼 굴어도 한 집 안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었고 외롭지 않았다.
그가 집을 나가 버린 지금.
그가 입으로 말했듯 가방 싸서 나가라 해서 없는 지금.
그가 집에 '없다'는 것이 그가 잠깐 외출해서 곧 돌아올 것이라는 그런 '없다'가 아니다.
그가 집을 '떠났다'는 현실이 비로소 그가 그녀를 '떠났다'라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 나 삼십분이면 도착하는데? 들어가는 길에 당신 먹을 거 핔엎 해?'
그의 음성이 그녀의 귀에 쟁쟁하다. '당신이 미리 전화 해 놓던가.'
남편 운진은 마음만 돌아오면 한없이 친절한 남자였다.
술김에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도 곧 후회하고 화해하려 드는 남자였다.
아내의 과거에 대해 괴로워하다가도 이해하려들고 위로해주려던 남자였다.
그녀가 그를 용서하고 싶은 핑게는 단지 외로워서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남편을 외로움 달래기 대상으로 여기지않는다. 아니.
외로움 때문도 아니고 위로해 줄 대상도 아닌 그 이상의 이유에서이다.
그녀가 그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남편을 용서해야 그래서 그가 돌아와야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리가 그녀에게 경고한 말.
You're gonna lose all your money and your husband, too. Then, you'll be done
당신은 당신의 모든 돈을 잃고 남편도 잃으면, 그러면, 당신은 끝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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