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그냥 집 앞 길을 지나 가보자고 그리로 차를 몰았다.
아내가 혼자만 있게 되면 늘 불안해 했고, 전화 메세지에다가 처절한 녹음을 남긴 것이 걸려서였다.
뭘 어떻게 하려거나 들어가 보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놈들이 설마 막 처들어오겠나...'
운진은 깜깜한 밤이지만 나무 위로 집 지붕이 보이는 것으로도 반가웠다.
그는 집으로 들어가는 샛길을 지나쳐서 나무로 둘러싸인 공터로 들어섰다. "응? 저 차는?"
어떤 차 한대가 나무 아래에 처박힌 것처럼 기우뚱하게 세워져서 뒷꽁무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뭔 차가 남의 집 앞에... 또 경찰이야?
운진은 더 가까이 가 보자고 차 핸들을 꺾다가 뭐가 날아와서 차 후드 위로 떨어지는 것에 놀랐다. 아니.
짐승 같은 형체가 달려와서 차 위에 부딪고는 쓰러지는 것이었다.
[왓 더 헬?]
운진은 차를 급히 세웠다. 그리고 그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처음에는 천쪼가리가 뭉쳐서 땅바닥에 떨어진 줄로 보았다.
인간 모습이 아니게 되어버린 애담이 팔 하나를 내뻗고 부들부들 떨었다.
[Hold on, buddy! 앰뷸런스 불러줄께!]
운진은 셀폰을 꺼내 들었다. '왜 빨리 안 눌러지는 거야, 씨발!'
운진은 애담의 어디를 만져서 지혈을 해줄지 난감했다.
애담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온몸이 흙투발이였다. 신도 한쪽은 벗겨져서 맨발이고 안경도 달아났다.
운진은 나인원원을 불렀다.
[Hang on, buddy! 그들이 온다! 정신을 잃지마라! Don't lose! Don't lose, man!]
운진은 애담의 턱 밑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경미하나마 맥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 [Stay with me! You can make it! 헤이! 헤이! 내 말이 들리나!]
애담이 제 딴에는 뭐라고 하려는 것 같았다.
"씨발! 왜 빨리 안 오는 거야!"
운진은 일어서서 길을 내다보려했다.
애담이 마지막 안간힘처럼 운진의 팔을 붙들었다.
"Don't worry, man! I'm not leaving you! (걱정마라! 너 놔두고 가지않는다!)"
운진은 애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가 으으으 소리를 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입에서 피가 나왔다.
그는 뭐라고 말하려는데 고개가 자꾸 떨어졌다.
"Fuck! 왜 안 오는 거야!"
운진은 파랗고 빨간 불이 허공을 가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벌떡 일어섰다. "Over here! Hey-y-y! (여기요! 헤이이이!)"
그의 팔짓에 불을 온통 밝힌 앰뷸런스가 방향을 잡았다.
병원에서 부른 경찰이 부상자의 소지품을 뒤져서 이름을 알아냈다. 애담 갠지스.
혼수상태에 빠진 애담은 온몸의 뼈란 뼈는 모두 부서졌다. 내장 파열에 등뼈가 나갔고 얼굴도 반쪽은 처참하게 부서졌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의사와 간호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 자가 내 아내의 회계사인데, 그녀 집 앞에서 내 차에 다가왔소.]
운진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불행한 일이요.]
경찰은 듣는 대로 순순히 메모했다.
운진은 경찰에게 말해주면서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 수키에게도 이 못지않은 짓을 했을지 모른다. 누구겠어... 월래스! 어디 두고보자!'
[일단 내 아내에게는 비밀로 해주시요. 그녀가 만삭이니까.]
경찰은 일단 운진을 치하하고 참조인 명부에 올렸다.
'이 사람에게 전화로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운진은 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그는 안 하기로 했다. '말자! 만삭인데, 그래도 옛남자가 이렇게 봉변을 당했다는 걸 알면 충격 받고, 행여...'
운진은 죽은 듯이 누운 애담을 내려다봤다.
사진에는 인물이 멀쩡하더니 왕창 깨지니까 새끼, 잡아다 놓은 돼지고깃 덩어리네. 인생이 그렇다, 이놈아! 먹고 먹히는 세상! 너는 수키를 어찌해 보려다가 딴놈에게 작살난 경우구나... 잔인한 새끼들!
운진은 제 핸드폰을 꺼내어 또 들여다봤다. 말해 줘, 말어...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1-6x006 (1) | 2024.09.19 |
---|---|
pt.4 1-5x005 (1) | 2024.09.19 |
pt.4 1-3x003 (1) | 2024.09.19 |
pt.4 1-2x002 (1) | 2024.09.19 |
pt.4 1-1x001 용서하고 싶은 핑게와 용서해야 하는 이유 (2) | 2024.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