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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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9. 04:00

   숙희가 만일 우디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지금의 상황과 달랐을까...
그녀는 가끔 그런 추상을 해보고 싶어한다.
미국에서 그녀의 첫남자였던 랠프는 본성이 간사하고 기회주의자였어서 만일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아마 그가 먼저 돈을 훔쳐서라도 달아났을 것 같다.
그는 알트를 알기 전에 만났다가 헤어졌지만, 틀림없이 쑤를 보호해 주려 하지않고 그랬을 것이다.
   두번째 남자 제프와는 오래 사귀었지만 결혼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결혼을 한번 했는데, 결국 쑤를 밖에서 만나는 것 때문에 이혼을 당했지만, 쑤를 재혼의 상대 여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알트의 위력을 두려워해서 그랬다. 그가 그래도 옛정으로 그녀에게 베풀어준 전근 때문에 그는 알트의 고발로 현재 금융 사기로 복역 중.
   세번째 남자라고 볼 수 있는 아담은 오로지 돈 때문에 어울리고 사랑을 고백하고 기회만 있으면 돈을 훔치려던 자.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티미란 사내는...
숙희는 그자의 이름만 떠올려도 치가 떨렸다. 그자 때문에 숱한 남자들을 받아들여야 했고. 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좐에게 매를 맞기도 했다.
새삼 개리 시니어의 호통 소리가 숙희의 귓전에 메아리쳤다.
   [암만 남자를 갈아봐야 당신의 방패가 될 수가 없었지! 누가 할 수 있었겠어! 미거? 드미트리? 갠지스? 누구! 티미 탐슨은 당신을 마약장이로 만든 놈이고!]
   [아무도 당신을 사람 취급 안 하는데, 지금의 남편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그 숱한 남자들이 거쳐간 더러운 몸뚱아리를 남편에게 벗어보이며, 부끄럽지도 않나?]
   [당신은 이번 남자를 아주 잘 만난 것 같소. 당신이 지금의 남자를 남편으로 삼아서 앞에 내세운 건 잘 한 짓이요.]
   [우리는 당신이 기막힌 남자를 만나서 앞에 내세우는 줄로 알고 맹렬히 조사 중이요.]
그래서 아직까지 눈 앞에 나타나지는 않고 겉으로 위협들만 하나...
제프는 쑤와 이리저리 도피 행각을 연출하다가 결국 그녀를 알트에게 갖다 바쳤고.
듣자니 아담은 알트에게 쑤의 자산 내역을 시시콜콜 일러바쳤다 하고.
제레미도 살아남기 위해서 쑤를 알트에게 데려가려다가 미수에 그쳤고.
그러고 보니 남편만 그녀의 셀폰으로 전화 걸어오는 자한테마다 욕을 서슴없이 퍼부었다.
그런데 욕을 먹은 놈들 중 한놈도 대항하는 놈이 없다.
되려 알트는 땡쓰기빙 할리데이 시즌이 끝나면 만나자는 말에 순순히 동의까지했다.
   이 날도 숙희는 하루 종일 굶으며 창 밖만 내다보았다.
행여나 우디의 차가 저 골목을 들어서나 하고.
아무리 밤이라도 눈에 익은 차는 알아보는 법.
그의 셀폰은 이제 아예 침묵이다.
그녀는 이제 음성 메세지도 남기지 않는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 다 했다 생각하고, 이젠 진이 빠져서 더 이상 애원도 안 나온다.
   '그래도 아기를 생각해서 아빠라면 잠깐이라도 얼굴 좀 비추지?'
그녀는 창 밖을 내다보던 자세에서 한층 더 가까이 갔다. "응? 웬 차를 끌어가?"
멀리서 토잉 추렄 한대가 어떤 승용차 한대를 매달고 나타나서는 사라졌다.
그녀는 집 앞 드라이브웨이에 세워진 차들을 세어봤다. 
   '우리 집 차는 다 있는데?'
허걱!
숙희는 토잉 추렄이 이미 사라진 방향을 보며 가슴이 철렁했다. 
   "아까 그 차 아담 차잖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보려고 몸을 돌이켰다가 도로 창으로 향했다.
   '아담이 감히 들어오려고 문 노크한 적이 언젠데... 차는 지금 끌어가? 왜?'
그녀는 손에 하도 쥐고 있어서 뜨뜻해진 셀폰을 들여다봤다. '그 이에게 천상 무조건 돌아오라고 해야한다. 밖이 점점 심각해져 가나 봐.'
그러나 운진은 여전히 무응답이었다.
그녀가 만일 보이스메일에 남긴 말 몇마디로 남편 운진이 돌아오리라고 여겼다면 큰 오산이다.
그녀는 남편이 처제인 영아를 못잊는 이유를 배우거나 알았더라면 돌아오게 만들었을 것이다.
숙희란 여인은 참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의 세상은 오로지 돈이었다.
그녀는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을 휘두른다고 믿는 여자이다.
반면 운진은 혼자 자라 정이 그리운 인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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