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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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9. 04:01

   이 날도 운진은 정애를 아파트 앞에서 내려주었다.
정애가 허둥지둥 문 안으로 사라졌다.
   흐흐흐! 이제 저 정도면 주둥아리 닥치겠지.'
운진은 아파트 건물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차의 기어를 드라이브로 넣었다. 
   그리고는 뭘 보고 브레이크를 꾹 밟았다. "뭐야, 또, 저건!"
어떤 자그마한 체구가 차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운진은 차 기어를 주차로 놓고 핸들에서 손을 가만히 떼었다.
그 자그마한 체구가 운진의 차를 기웃거리더니 건물 문으로 향했다.
   '흐흐흐! 다음 타자냐?'
운진은 시트에 기댄 채 마악 닫히는 아파트 건물 문을 쳐다봤다. '딸내미 있다고 나 못들어가게 펄쩍 뛰던 여자가 어디 어떻게 나오나 보자!'
십분 정도가 지나도록 조용하더니 건물 문이 안으로부터 벌컥 열리고 그림자 세개가 동시에 나타났다.
맨 앞이 어둠 속이라도 젊은 여자애.
그 다음이 팔을 뻗치고 앞의 애를 잡으려는 정애.
그 다음이 잠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좀 전의 조그마한 체구.
   "들어와, 이것아!" 
정애의 앙칼진 고함이 밤공기를 쩌렁 울렸다.
운진은 클클클 웃으며 시트에 몸을 더욱 깊숙히 기댔다. 
   '씨발년! 숙희 이 남자 저 남자 갈아 가면서 섹스 했대요? 그러는 넌!'
딸애가 운진의 차 앞을 지나가는데, 정애가 딸의 팔을 움켜 쥐었다.
딸애가 팔을 뿌리쳤다.
   "너 차도 없이 그리고 이 밤중에 기숙사를 어떻게 가!"
   "걸어갈 거야!" 딸애는 이미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그마한 체구가 차를 뒤로 돌아가서는 운전석 쪽으로 오는 것이었다.
   '뭐냐아! 니가 그 비데오 킴이냐?' 
운진은 그 자그마한 체구를 가늠해 보고는 별 것 아닌 놈 같다고 무시하기로 하고, 모녀의 실랑이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꼴 좋다! 나는 그래도 불러내기나 했지. 저건 그냥 곧장 들어간 꼴이 처음이 아닌가 본데 그래. 보통 능숙함이 아니었어.'
그 자그마한 체구가 차를 지나서는 딸애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정애가 그 자그마한 체구를 떠다 밀었고.
정애의 딸애는 어둠 속으로 뛰어갔다.
그제서야 정애가 길가에 세워진 차를 발견한 양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이내 누구 차인지 알아본 양 기웃거렸다.
운진은 차 기어를 드라이브로 바꿨다.
그 때 정애가 그의 차 옆문을 두드렸다.
운진은 그쪽 유리를 반쯤 내렸다.
   "우리 애를 찾아야 해요!" 정애의 이마가 유리 틈으로 들어오려 했다.
운진은 머리짓으로 그 자그마한 체구를 가리켰다. "저기 도와줄 분 계시네."
그리고 그는 차를 출발시켰다.

   얼마 안 가서 운진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파트 단지를 나오자마자 큰 길가에 쪼그리고 앉은 물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운진은 한 오 륙 미터 정도 지나서 차를 멎게 했다. 
그리고 그는 뒷문 유리를 내렸다. 
   "얘! 너 혹시 김아줌마 딸 아니냐?"
그랬더니 그 물체가 벌떡 일어나서는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에이, 씨발! 괜히 아는 척 해서 일 더 그르치네!'
운진은 차를 출발시켰다. '수키에게 딸이 있을 거라고... 남들 몰래 그리고 내 몰래 연락하고 그러나? 남의 자식이라도 은근히 걱정되지...'
운진은 얼마 못 가서 차를 세워야 했다.
위에 여학생 코트 같은 것을 입은 물체가 길 가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운진은 그 앞에다 차를 세웠다.
여자애가 움직이지않고 가까이 다가가 멎는 차를 가만히 봤다.
운진은 그쪽 유리를 내렸다.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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