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는 모텔 건넛길에 자리잡은 세븐-일레븐에서 모닝 커피를 한잔 샀다.
거기서 그래도 혹시나 수키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기회가 있을까 해서...
그런데 우디는 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집읫것과 똑같은 칼라와 모양의 렠서스가 오는 줄 알았다.
같은 색의 차종이 길에 많겠지만 이상스레 아는 차는 눈에 유독 익어 보이는 법이다.
그 아이보리색의 렠서스 차가 가게 앞 댓돌에 섰는 우디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우디는 운전석과 옆 좌석에 여자 둘이 각각 타고 있는 것을 무심히 쳐다봤다.
운전석에서 키가 자그마한 동양 여인이 내렸다. "댇!"
"어? 챌리!" 우디는 댓돌에서 얼른 내려섰다.
곧 이어 옆좌석에서 킴벌리가 내렸다. "댇?"
"하이, 키미?"
"여기서 뭐해, 아빠?" 딸 둘이 동시에 말했다.
우디는 손에 든 커피컾을 들어 보였다. "니들두 한잔씩 할래?"
"먹었어, 아빠."
킴벌리가 대답했고, 챌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킴벌리는 공부를 썩 잘한 타입은 아니었는데, 센스가 참 뛰어난 딸이다.
그 키미가 세븐-일레븐 앞을 슥 둘러보고는 곧바로 길 건너 모텔을 봤다. 그리고 길에서 금방 보이도록 세워진 아빠의 실버색 벤즈 차를 가리켰다. "You staying there? (저기서 머물러?)"
"그래. 뭐, 멀리 갈 필요가 있니?"
아빠란 자의 그 말에 챌리가 고개를 끄떡거렸다. "호! 맞어."
"What kind of woman is she? (어떤 부류의 여자야?)" 킴벌리는 항상 본론을 잘 찾는다.
우디는 겸연쩍어져서 커피컵을 얼굴이 가려지게 올렸다. "Just one night stand. (그냥 하룻밤 정사.)"
그래 놓고 새엄마한테 들켜서 집을 나와야 했느냐.
왜 그 여자를 더 이상 만나지 않느냐.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 등등.
딸들은 아빠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지금도 남편들은 개리 주니어의 집에다 놔두고 어떻게 되어 가나 해서 오던 길이었다고.
우디는 특히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킴벌리에게 주로 안심하라고 매달렸다.
마음이 뒤숭숭한 채로 돌아가면 타국에서 심적으로 배가 되어 고민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킴벌리가 또 본론을 말했다.
"I knew you guys wouldn't stick together. (나는 당신들이 밀착하지 않을 것을 알았어.)"
"정말로?" 우디는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챌리를 쳐다봤는데, 챌리가 고개를 끄떡거렸다. "나두."
"그, 그랬니?"
"You just sacrificed yourself for us to stay in better place. That's all. (아빠는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장소에 머물도록 아빠를 희생했어. 그게 다잖아.)" 킴벌리가 말했다.
"오..." 우디는 더 할 말이 없다.
챌리가 아빠의 흰 머리를 가리켰다.
우디는 뭐가 묻어서 그런 줄 알고 머리를 손으로 털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눈 주위를 만졌다.
딸들이 다 알아주었다니 기쁨의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었다.
수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딸들이 자립할 때까지만 참고 살자고 자신에게 얼마나 부르짖었는가.
그래서 아내의 몹쓸 습관인 남을 툭툭 치고 하는 손버릇도, 그 숱한 거짓말도 감내해 왔던 것이다.
'여자는 찾으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겠지. 이제는 다른 여자를 찾아서 진지한 사귐을 가지고 싶다. 모든 것이 그냥 지겹다.'
그러다가 운진은 아내에게서 자라고 있는 아기!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놈들이 돈 때문에 수키를 어떻게 한다 하더라도 내 아기는!'
'아기가 설령 다른 피를 타고 나온다 해도 일단은 받아주자!'
'하지만 애의 아비가 알아서 찾아오고 한다면 물러나지, 뭐.'
그래서 운진은 챌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신가의 딸을.
그냥 모르고 계속 키웠더라면 더욱 행복했을 것을...
"Go home, daddy." 챌리가 조그맣게 말했다.
"오케이.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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