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을 넘기고 봄이 시작되려는 무렵, 우디는 형록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술 먹고 생긴 배탈이 오래 간다고 여겼던 속병이 병원에서 엨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처음에는 위궤양처럼 보였는데, 정밀진단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해 보니 위암이었다고.
이제 겨우 마흔을 넘기고, 애들도 고만고만한데 위암이라니, 형록이나 영아보다 우디가 낙담했다.
"뭐 이러냐!"
우디는 형록에게 되려 역정을 냈다.
그의 역정은 형록을 위안한다기 보다는 그에게 일찍 불행한 일이 생기면 영아가 안 됐어서 그런 셈이다. "그러겜마, 병원에 빨리 좀 가라고 했을 때 갔으면 조기 발견이라도 했을 거 아냐!"
그러니 형록을 통해서 영호를 더 떠보고 뭣 좀 알아내려고 했던 일은 포기해야했다.
"위암?"
수키가 울듯한 얼굴을 했다. "안 됐다아... 몇살인데?"
"이제... 마흔 넘었나 그럴걸? 아니다! 나 보다 열살 아래니까, 걔도 낼모레 곧 오십줄이네?"
"아유우... 한창 일 할 나이에. 그래서 어쩐대? 수술하면 낫는대?"
"수술은 돈이 있어야 하지. 보험도 없고."
우디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 참 불공평하네..."
"그게 무슨 말이야?"
"영호 같은 쓰레기는 뺀질뺀질 살아있고, 형록이처럼 살아보려고 아둥바둥대는 놈은 그 나이에 암이라 하고... 두 새끼 위를 바꿔버리든가..."
"같은 말이라도... 자기가 한 말, 무슨 말인지는 알지."
"천상 범인새끼는 내가 직접 잡아보는 수 밖에."
"경찰이 알아서 하게 놔두자니까?"
"경찰은 제가 그랬다고 자백한 놈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 없지. 이미 수사 종결인 모양이던데. 제프는 청부업자를 접촉한 의뢰인으로 곧 열릴 재판에서 형량을 더 받나?"
"바겐이... 안 됐어?"
"내가 부정을 했기 때문에, 무산됐지. 진범이라고 붙잡힌 자도 잡힌 과정이나 진술에 모순이 많아."
"상금은 누가 타갔나..."
"검거한 경찰이 탔겠지."
"그가 범인라고 정보 제공한 사람은?"
"몰라."
"정말 자기 말처럼 이상하네? 그냥, 길가다가 붙잡혔나?"
"경찰 말은, 제프가 실토했다잖아. 흥정하자고..."
우디의 그 말에 수키가 이상한 대답을 했다. "제프를... 다시 만나볼까?"
"뭐하러..."
우디는 아내가 그자를 만나서 뭘 알아볼게 있다고 그러는지 의문이 생겼다. "혹시 그자가 당신을 유인해 내려고 꾸몄던 수작 아냐?"
"이미 나랑 만났는데, 뭐. 추징금 빼앗기고 난 나머지 나한테 투자한다고 해서... 그리고 얼마 전, 그의 은행에 되돌려 주겠노라... 만나고."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당신이 그가 갇혀 있는 교도소로 찾아갔어? 애담은 어쩌고?"
"..."
수키가 남편 우디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아니..."
"그럼... 제프가 밖에 나와서 당신을 만났어?"
"아니. 현재 들어가 있는 건... 맞어. 자기도 가봐서 알잖아."
"근데... 당신이 그 먼 교도소를 다녀왔단 말야?"
"아니."
수키가 남편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다른 사람 누구? 애담 말고... 내가 모르는 사람인가?"
"있어..."
수키는 '통했다' 는 제 3자가 누구라는 것을 남편에게 밝히지않았다. "자긴 몰라."
우디는 알았다.
그래서 제프가 면회자리에서 뭘 말하려고 입술이 달짝거렸던 것을.
제 삼자 사람들 중 하나구나!'
'[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4 12-9x119 (7) | 2024.09.27 |
---|---|
pt.4 12-8x118 (7) | 2024.09.27 |
pt.4 12-6x116 (4) | 2024.09.27 |
pt.4 12-5x115 (3) | 2024.09.26 |
pt.4 12-4x114 (3) | 202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