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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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7. 06:21

   우디는 또 리빙룸 소파에서 기거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뭐 저래, 저 여자...' 
우디는 실로 오랫만에 위스키 온 더 랔을 한잔 가득 만들었다.
그는 소파에 길게 앉아서 털실로 된 워드로브를 덮고 벙어리처럼 화면만 움직이는 텔레비젼에다 눈을 꽂았다. 
그는 한잔 가득한 위스키를 마치 맥주를 비우듯 단숨에 들이켰다. '애담을 임신하기 전에 가끔 어디론가 사라졌던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어떻게 연락들을 하지?'
그의 눈이 당연히 컴퓨터를 또 쳐다봤다. 
리빙룸 한 구석에 단일 책상이 자리 잡았고, 구식 컴퓨터가 그 위에 놓여있다. 
딸들이 가끔 급한 이-메일을 체크할 때 쓰곤 했던 것.
우디는 그 컴퓨터를 노려보며 글래스를 입에 기울였다.
술 남은 방울은 물에 녹았고, 대신 얼음 조각이 입 안으로 떨어졌다.
그는 얼음을 우두둑우두둑 씹으며 컴퓨터를 계속 노려봤다.
   어느 한날, 우디가 먹을 것을 사가지고 들어오던 날, 수키가 그 컴퓨터 앞에서 황급히 물러섰었다. 
그 때 우디는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그나저나 그녀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낼 재간이 있나. 알아도 비밀번호를 모르면 말짱 헛거지. 뭔가가 있군!'
우디는 술 한잔 더 만들러 지하실 미니 바로 내려갔다. 
그가 위스키 온 더 랔을 하나 더 만들어서 리빙룸으로 올라오니, 자는 줄 알았던 수키가 내려와서 서 있다.
   "갑자기 술은 또 왜..."
   수키가 많이 수그러진 기색이다. "나두 한잔 줄래?"
   "그러지, 애담 수유에 지장만 없다면."
   "내일 아침까지는 다 깨겠지. 그리고 나 조금만 할 거야."
운진은 아내를 위해서는 꼬냑을 딸았다.
그래서 둘은 정말 오랫만에 대작을 하게 되었다.
우디는 수키가 뭐든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잠자코 있기로 했다.
아까부터 화면만 움직이고 소리는 죽여놓은 텔레비젼을 보던 수키가 킥! 하고, 웃었다.
화면에서는 소리가 안 들려도 돌아가는 내용을 익히 아는 코밐 프로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우디는 리못 콘추롤로 소리를 조금 들리게 했다.
   "줄여. 애담 깨나 들리게."
   수키가 빈 손짓을 했다. "오랜만에 위스키를 하니 금새 취하네?"
   "그거 꼬냭인인데?"
   "이젠 차이를 모르겠네. 꼬냑인지 위스킨지..."
   수키의 시선이 여전히 텔레비젼에 가 있다. 
남편과의 눈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소리 작게 하라니까? 애담 모니터 안 켜놨어."
그래서 우디는 텔레비젼의 볼륨을 다시 죽였다.
수키가 꼬냑을 조금씩 기울이는데 눈은 텔레비젼 화면에 가 있지만, 그녀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펴졌다 하는 걸로 미루어 우디가 보기에도 뭔가 되게 고민하는 인상이다.
   '혹시 이 여인은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해야 하는, 일종의 모함이나 봉변에 처한 적이 있는 건 아닐까? 들은 말로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위협을 받았을 거라더니, 뭐야.'
   우디는 그야말로 알트를 심문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이 여인이 내 피습에 대해서 깊이, 아주 깊게 관여되어 있을지 모른다.'   
   '혹 알트가 시킨 짓임을 알면서 내가 제프로 몰고가는데 동의하는 어떤 이유가 있나 보다...'
우디는 수키가 다 알면서도 어떤 작전 때문에 제프를 들이민다고 여기는 것이다. '뭐. 제프를 제거하려는 계획 하에?'
   '제프는 알트가 쌩으로 고발한 것만 취하하면 그 자리에서 풀려나잖아.'
   '제프의 돈마저 쑤에게로 모이고...'
아, 그렇구나!
   우디는 저도 모르게 술잔을 거칠게 놓았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수키는 혼자 소리치는 남편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우디는 그녀가 보든말든 미소를 지었다.
   '알트가 안 파는 이유가 금액을 더 불리기 위한 수작인 게야...'
지금 거둬 들일 수 있는 돈으로는 뭔가 부족하니까.
그러니까 원금 환원을 요구하는 자들에게는 액수가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거야.
그러니 시간을 끎으로 해서 이 여자애를 태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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